''야수''손병호, "''연귀(鬼)자''가 되야한다는 말에 공감"

<노컷인터뷰>영화 ''야수''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절대 악, 구룡파 보스로 등장하는 손병호

손병호
"어떤 선배가 그러더군요. ''연기(技)자''가 아니라 연''귀(鬼)''자가 되야 한다구요. 얕은 기술로 연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20년이나 된 지금에 와서야 알 것 같다니..."

느와르를 표방한 영화''야수''(김성수 감독, 팝콘필름 제작)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반드시 권상우와 유지태가 영화의 중심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20년 배우생활을 해온 역전노장 연극배우 손병호(43)에게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 아닌가?

"오검사! 정의가 뭔지 알아? 이기는게 정의야. 이기려면 강해야돼, 약해빠진 놈들이나 흥분하고 날뛰다 지는 법이야" 손병호는 마르고 거친 쇠소리나는 목소리로 검사를 상대로 협박아닌 협박을 하는 조폭보스 유강진을 연기하면서 그에 몸에 꼭맞는 옷을 입은 듯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열혈 형사 장도영 역의 권상우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연기로 박수를 받으면서도 뭔가 2%부족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고 공공의 적에 대한 증오의 근원적 이유가 불분명한 오진우 검사 유지태가 치기어림을 발휘하고 있을때 흔들리는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데는 분명 손병호가 있었다.

기자들이 종종 착각하는 경우는 자신은 잘알고 있는데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는 배우를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열심히 설명할 때가 있다.

영화에 관심많은 사람들은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알고 있지만 한달에 한번, 반기에 한번 극장을 찾는 일반 관객들에게 그는 여전히 ''누구야?''할만한 낯선 배우다. ''파이란''의 냉혈한 보스, ''효자동 이발사''의 다혈질 경호실장, ''엄마''의 미더운 큰아들, 이들 영화중 한편이라도 봤다면 손병호에 끄덕일 수 있다. 그것도 모자란다면 ''유령''''알포인트'',''목포는 항구다''라도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필요가 없을 듯 싶다. ''야수''에서 그는 이미 그간의 존재감을 다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으니까.

야수''손병호'' vs 달콤한 인생 ''김영철''

처음 영화가 제작되는 단계에서 구룡파 보스 유강진은 지난해 이병헌 주연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의 보스 김영철과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떠올렸다고 한다. 물론 카리스마는 그보다 더해야 했고 영화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조폭보스를 원했다.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한 김영철은 자신의 오른팔 수하 이병헌이 보스의 여인을 넘봤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이려 했다. 짧은 머리에 흰색 염색을 한 김영철은 묵직한 궁예의 목소리 톤으로 범접하기 힘든 넘버 원의 위용을 과시했다.

손병호


"감독과 나 스태프 함께 무지하게 신경쓰였다. 자칫 김영철 선배 아류 같은 모습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했다. 게다가 난 헤어스타일도 한번 제대로 바꿔본적 없는데 말이다. 결국 머리도 손질하고 오리엔탈 풍의 의상으로 이미지를 가꿨다. 그리고 워낙 유지태 권상우가 세게나오니까 나는 한방에 간다는 방향을 잡았다."


유강진은 폭력을 쓰는데도 모든 것이 한방의 강한 임팩트였다. 가령 조직내의 친구이자 2인자를 배신의 이유로 죽이는데도 그는 ''원샷''에서 마무리했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 각자 다른 삶을 살 뿐, 셋은 마찬가지

"형사 장도영과 검사 오진우 그리고 조폭보스 유강진은 모두 똑같은 인물이에요. 하지만 자신의 환경속에서 방법론적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죠. 잘 보면 모두 그들의 치열한 삶속에는 가족이 자리잡고 있잖은가."

오태진 선생 휘하의 극단 ''목화''출신의 중고참 손병호는 주어진 캐릭터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관객이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결국 조직의 보스에서 정치적 야망을 꿈꾸며 음지에서 양지로 변신하려는 유강진의 몸짓에는 가족을 좀더 잘 부양하고자 하는 가장의 기본적 책임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손병호는 장도영이 단 한번도 행복을 누려보지 못한 것이 한(恨)인 것이나 사회악을 철저히 뿌리뽑는데 자신이 일조해야 가정도 제대로 돌볼수 있다고 믿는 오진우나 모두 죽기살기로 싸우는 이유는 바로 가족을 보호하고 지켜내려 한다는 것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면에서 전작 구성주 감독의 ''엄마''는 이미 연기 관록이 붙은 손병호에게 영화의 참맛을 알게해준 작품이라고 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해준데다 함께 한 모든 스태프마저 가족과 같이 하나로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손병호는 나이 마흔에 늦깍이 결혼을 해 지금 두살된 딸이 있다.
손병호


사람들은 내게 ''코믹하세요''라고 한다

손병호는 강조해서 말했다. ''더불어 권력''을 갖고 싶다고. 보스 역할을 많이 해서인가 싶었더니 설명에 끄덕여진다. "영화와 같이 거대 자본의 논리가 움직이는 시스템을 연극할때는 몰랐다. 처음 시나리오 단계부터 극장에 내걸릴 때까지 모든 과정이 복잡하고 자본의 논리가 통용된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연출자와 배우 스태프가 최우선 되야 한다는 것을 종사자들이 놓칠때가 종종있다. 난 그런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헌신하는 현장의 뜨거움을 제대로 발산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더불어 권력을 갖고 싶다."

손병호는 또다른 욕심도 내보였다. 이제까지 너무 센 역할만 하다보니 주위에서 제발 부드러운 코미디좀 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란다고 할 자신도 아니지만 연기변신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가 희망하는 영화속 모습은 ''셸위 댄스''같은 여운짙은 멜러. 하지만 당장 다음 작품에서는 역시 악당 역할이다.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그는 연기에 충만해 있고 그를 필요로 하는 작품은 수도 없으며 관객은 점점 더 기대치를 높여가고 있으니까.

사족 하나, ''야수''에서 유강진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는데 정작 본인은 어느 당을 희망했을까? 손병호는 ''권력이 좀더 세게 묻어 나오는 쪽이 아니었겠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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