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추신수는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초로 1억 달러의 사나이가 됐습니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의 잿팟을 터뜨리며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해 신시내티에서 내셔널리그(NL) 톱타자로는 역대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을 기록한 다재다능함과 출루율 4할2푼3리, NL 2위에 올라 테이블 세터로서 진가를 인정받은 겁니다.
▲역대 대박 FA 부진 "CHOO, 같은 전철?"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첫해부터 부진을 보인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FA 자격을 얻는 과정에서 눈도장을 찍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선수들이 훈장처럼 생긴 부상이나 허탈감, 목표 상실 등의 이유들로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했던 겁니다.
이른바 'FA 먹튀'들인데요, 마이크 햄튼(전 콜로라도), 앨버트 벨(전 볼티모어), 배리 지토(샌프란시스코), 앤드류 존스(전 LA 다저스)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최근 금지약물 복용으로 내년 출전이 불투명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불행하게도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뒤 부진에 빠졌던 박찬호(은퇴)의 이름도 빠지지 않습니다. 당시 박찬호는 첫해인 2002년 부담감과 부상이 겹쳐 다저스 시절만큼 성적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추신수 역시 이런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출장 때 현지 취재진 중에는 추신수가 FA 대박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기자는 "추신수가 힘든 마이너리그 시절을 버텨낼 수 있던 것은 오로지 FA 성공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면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누구보다 애를 썼다"고 돌아봤습니다. 이어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후 지금같은 성적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PS 출전·FA 계약에도 꿋꿋하게 훈련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FA 대박을 터뜨린 뒤에도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23일 CBS노컷뉴스 팟캐스트 '스토커'에 출연해 최근 추신수에 대한 근황을 전하면서 내년 시즌도 올해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송위원은 "지난달 미국에서 추신수를 만나고 왔는데 지난해와 똑같이 시즌 뒤 훈련에 들어갔더라"며 짐짓 놀라는 눈치더군요. 지난해 클리블랜드의 포스트시즌(PS) 진출 실패로 일찍 시즌을 마친 추신수는 올해 신시내티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PS에 나섰습니다. 비록 1경기에 그쳤지만 꿈에 그리던 PS 출전의 여운이 남아 있을 법도 했죠.
여기에 FA 대박을 앞둔 싱숭생숭한 분위기에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상황. 그러나 추신수는 마음을 다잡고 내년 시즌을 위해 곧바로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 등 훈련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이런저런 행사가 많을 국내 일정 중에도 훈련을 빠트리지 않을 태세입니다. 송위원은 "오는 30일 귀국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국내에서 훈련을 할 장소를 알아봐 달라고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단단한 초심 "마이너리그 설움, 잊지 않는다"
여기에 올해 신시내티에서 추신수를 만났던 저 역시 내년도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야구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진지한 자세와 철저한 자기 관리를 직접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다저스와 홈 3연전 중 2차전은 1차전 야간 경기 후 낮 경기로 치러졌습니다. 때문에 타격 등 훈련이 생략돼 경기 3시간 전쯤에는 홈 팀 신시내티 클럽하우스에도 홈 팀 선수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추신수만은 나와 있었습니다. 미리 와서 마사지를 받거나 혹시 모를 부상 부위 점검 등 경기 준비를 하는 것이죠.(원정팀 선수 중에는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 나와 투구 동작 훈련을 하고 있더군요.)
추신수는 당시 저에게 "저녁 7시 경기지만 항상 12시에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트레이너의 재활 치료를 받고 웨이트 훈련을 한다는 겁니다.
빅리그에 입성하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6년 넘는 시간을 견뎌온 단단함이 습관으로 몸에 밴 겁니다. 추신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겸손함을 유지했지만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극복했다는 데 대해서만큼은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추신수라면 'FA 먹튀'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을 접어도 되지 않을까요.
P.S-당시 신시내티에는 추신수와 류현진(다저스)의 맞대결로 수천 명의 한국 분들이 오셨습니다. 당시 추신수는 이에 대해 "현진이 때문이 아니냐"면서 서운한 감도 내비쳤습니다. 또 지역 내 교민분들이 가깝게 다가서지 힘들다는 데 대해서도 "야구에 전념하기 위해 일부러 거리감을 두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신수는 이제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텍사스의 연고지역인 댈러스 한인 사회는 추신수 때문에 벌써부터 떠들썩하다고 합니다. 견고한 초심이 흔들리지 않는 추신수라면 이제는 요즘 유행어로 '좀 누려~' 이런 말도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