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달 궤도를 비행한 미국의 유인(有人) 우주선 '아폴로 8호'의 사령선 조종사였던 짐 러벨(85)은 23일(현지시간)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MSI)에 전시돼있는 아폴로 8호 우주선 앞에서 1968년 12월 24일 달 궤도에서의 특별 생방송을 재현하며 구약성서 창세기를 낭독했다.
이 자리에는 팻 퀸 일리노이주지사와 박물관 관람객들이 참석했다.
러벨과 프랭크 보먼(선장), 윌리엄 앤더슨(달 착륙선 조종사)을 태운 아폴로 8호는 1968년 12월 21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후 사흘 만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궤도를 도는 20시간 중 세 우주인은 달과 지구를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고 TV 생방송을 했다.
이들은 당시 구약 성서 창세기를 낭독하고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했는데 이 순간 시청률은 가히 기록적이었다.
러벨은 아폴로 8호 프로젝트 45주년을 기념하며 이날 아폴로 8호 앞에서 시카고 인근지역 고등학교 학생 2명과 함께 당시 낭독한 창세기 1장 1절부터 10절까지를 돌아가며 읽었다.
러벨은 당시 우주 비행사들이 창세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세계 3대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기반으로 삼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창세기에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이 기록돼 있다.
그는 "애초 짧은 연설문을 작성해 가려 했으나 너무 중요한 순간이다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한 기자의 아내가 제안한 대로 창세기를 읽기로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어 "달 궤도에서 지구를 바라보니 너무나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지구를 바라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러벨은 "1968년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수행 중이었고 전국 곳곳에서 도시폭동과 시위가 이어졌으며 정치적 갈등이 혼재했다"면서 "세상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을 매우 행운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에 평화와 희망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를 다시 읽었다"고 덧붙였다.
아폴로 8호의 성공적인 달 순회 탐사로 인해 존 F.케네디 대통령은 "1970년대가 시작하기 전 달 표면에 인간이 발을 딛게 하겠다"고 공표했으며 이는 이듬해 7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이어졌다.
NASA 유인 우주탐사계획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인 러벨은 아폴로 8호에 이어 아폴로 13호(1970)의 선장을 맡았으며 이에 앞서 아폴로 계획의 전신인 제미니 7호(1965)와 제미니 12호(1966) 프로젝트에도 각각 조종사와 선장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