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원의원들을 매수하려고 500만 아르헨티나 페소(약 8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부터 재판을 받아 왔다. 당시 노동법 개정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노동계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법원은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나 증인이 없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데 라 루아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전직 고위관리 2명과 전직 상원의원 4명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아르헨티나는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정부(1989∼1999년) 말기인 1998년부터 경제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메넴 정부의 잇따른 정책 실패로 경제는 갈수록 침체에 빠져들었다. 1999년 실업률은 20%에 달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부채는 1천280억 달러였다.
1999년 12월 10일 데 라 루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도 경제는 안정을 찾지 못했다. 경제장관이 수시로 교체됐고, 사회불안이 확산하면서 연일 시위가 벌어졌다.
2001년 11월이 되자 외국인 투자가들이 자본을 빼가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줄줄이 파산했다. 12월 2일 정부가 은행 자산 동결을 선언하자 시위대가 슈퍼마켓과 은행을 공격하는 등 혼란은 극에 달했다.
데 라 루아 대통령은 12월 19일 위수령을 선포하며 정국수습에 나섰으나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39명이 사망하자 다음 날 사임을 발표하고 헬기를 이용해 대통령궁을 떠났다.
이후에도 혼란이 계속되면서 열흘 사이 대통령이 세 차례나 바뀐 끝에 2002년 1월 2일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