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보고 대상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물론,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사정기관도 포함돼있어 파문이 일 전망이다.
◈ "노조 회유 활동 꼼꼼하게 정리해 취합, B.H, 국정원 등 보고하겠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코레일 내부 문건에는 사측이 전국 조직 간부들의 파업 복귀 회유 내용을 취합해 청와대, 국정원, 경찰 등 사정기관과 관련 부처에 보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문건은 지난 20일 아침 코레일 노사협력처장이 '파업대응 활동 관련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코레일 전국 12개 지역본부장과 각 본부 경영인사처장 등에게 보낸 지침이다.
지침은 "파업 장기화 원인에 대해 일부 언론과 정보기관, 국토부 등에서 코레일 간부들이 노동조합 파업에 심정적 동조를 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그렇다는 정보가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20일)부터는 지역본부장, 처장, 역·소장이 (파업) 복귀 노력하는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정리해 관할 경찰서 정보관에게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내용을 노사협력처 전원에게 파발마(코레일 사내 메일)로 송부해주면 취합해 B.H(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경찰청, 국토부, 고용부에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런 지침이 보내진 20일은 코레일 측이 노조원에게 파업 복귀를 최후 통첩했음에도 철도노조 등 3만여 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2차 상경투쟁을 벌인 바로 다음날이다.
◈ 코레일 측 "실무 담당자 개인 차원 결정"
해당 지침을 내린 코레일 노사협력처장은 "코레일 사측이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 외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보낸 내용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는데도 코레일 경영진이 경찰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며 뒷짐만 지고 있다는 보고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올라갔다는 말을 경찰에게 듣고는 보낸 내용"이라는 것.
그는 "매일 활동 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보고만 했는데 파업 해결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오해를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평소 1장 정도의 보고에서 지역본부가 누구를 만나 설득했다는 내용 들을 추가해 2~3장 정도의 내용을 두 차례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청와대와 국정원을 넣은 것은 그렇게 해야 현장(지역본부 등)에서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청와대까지는 보고되지 않았고 평상시 정례 보고라인대로 총리실까지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노사협력처장 입장에서 업무를 했을 뿐"이라며 "개인의 의사를 통제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입·경력 사원 500여 명 채용 결정도 이런 조율을 거친 것이냐는 질문에는 "파업 장기화로 국민들에게 원활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내부 의사 결정"이라며 "청와대의 압력으로 결정해 발표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상부의 지시 없이 개인적으로 현장에 내린 지침"이라며 "경영진의 지시는 물론 청와대나 국정원의 지시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 철도노조 "범정부 차원에서 파업 개입한 증거"
하지만 철도노조 측은 해당 지침이야말로 범정부 차원에서 파업에 개입한 증거라고 반발했다.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은 "사실상 사측은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을 사찰해 정부에 보고했다"며 "파업 파괴 공작이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노조는 지역 사무소 소장이 간부를 통해 1시간 단위로 파업 대오가 어디에 있는지, 지부 사무실에는 누가 있는지 등을 보고 받은 자료를 확인했다"면서 "이런 활동이 한 사무소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개 처장이 개인적으로 결정해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민주국가에서 노사 간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 측이 '개인적 판단'이라고 해명한 반면, 노조 측은 '범정부 차원의 노조 사찰·파업 개입'이라고 맞서면서 해당 문건을 둘러싼 파문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