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러' 여성 록그룹 단원들 사면으로 출소(종합)

정교회 성당 反푸틴 공연으로 2년형 알료히나·톨로콘니코바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서 반(反) 푸틴 공연을 벌인 죄목으로 복역해오던 현지 여성 펑크 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단원 2명이 23일(현지시간) 석방됐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州) 교도소 산하 결핵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푸시 라이엇 멤버 나데즈다 톨로콘니코바가 이날 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당초 중부 모르도비야 자치공화국의 교도소에 수감됐던 톨로콘니코바는 지난 11월 중순 크라스노야르스크주 교도소로 이감됐다. 이후 건강 악화로 현지 교도소 산하 결핵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그녀는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한 대규모 사면 조치 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이날 자유의 몸이 됐다. 병원 밖에서는 남편인 표트르 베르질로프와 기자들이 그녀를 맞았다.


톨로콘비코바는 기자회견에서 사면 조치에 대해 "소치올림픽을 위한 쇼일 뿐이다. 모든 유럽 국가들이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내년 2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올림픽 참가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사면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었다.

톨로콘니코바는 "(전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처럼 복역 기간이 몇개월 남지 않은 사람들을 석방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좀 더 폭넓은 사면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역시 사면 대상이 된 다른 푸시 라이엇 멤버 마리야 알료히나도 중부 도시 니즈니노보고로드의 교도소에서 나왔다.

알료히나의 변호인 표트르 자리킨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녀가 오전 8시 10분(모스크바 시간) 석방됐다"고 밝혔다.

알료히나도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사면은 인도주의적 조치가 아니라 선전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알료히나는 또 정교회 성당에서의 공연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제지를 받지 않았다면) 노래를 끝까지 불렀을 것이며 이 노래는 일부분이 아니라 끝까지 다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른 푸시 라이엇 단원들과 힘을 합쳐 인권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특히 자신이 복역했던 니즈니노보고로드주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들과의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교도소에서 자신과 교제했던 다른 수감자들이 교도 당국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며 그들의 안전을 위해 사면되더라도 교도소에 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교회 대외관계국 국장 프세볼로드 차플린은 이날 "알료히나, 톨로콘니코바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여성들이 자신들이 교회에서 행한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 이 일로 신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줬는지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시 라이엇 단원 5명은 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얼굴에 복면을 쓰고 요란한 의상을 입은 채 크렘린궁 인근의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푸틴 당시 대선 후보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성 공연을 펼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이후 문제의 단원 5명 중 등 3명을 검거해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동' 혐의로 기소했고 이들은 1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모스크바 항소법원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공판에서 범죄 가담 정도가 약한 단원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에게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톨로콘니코바와 알료히나 등 2명에 대해서는 원심을 확정했었다. 이후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오던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제20차 제헌절을 맞아 이달 9일 내린 대규모 사면령 대상자 명단에 들어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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