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있는 약 300개의 은행 중 약 40개 은행은 이미 미국의 처벌을 피하는 대신 벌금을 내겠다며 미국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은행들은 아직도 명확한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위스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연말까지 미국 고객들의 계좌 내역 등에 대한 정보 등을 미국에 넘겨줘야만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수십억 달러의 미국인 자산을 미국의 세무 당국이 모르게 숨겨주는데 스위스 은행이 관여됐다는 혐의를 두고 최근 몇 년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미국은 이를 통해 지난 2009년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대해 세금 회피 등에 관여한 혐의로 7억8천만 달러의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또한 지난 1741년에 설립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베겔린은 올해 초 미국 고객이 최소 2천만 달러의 세금을 회피하도록 도운 혐의로 7천4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뒤 은행 문을 닫은 바 있다.
스위스의 2위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를 포함해 14개 은행이 이미 공식적으로 미국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법적 책임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변호사인 더글러스 호너그는 "미국 법무부가 이미 조사를 마친 10개 내지 15개 은행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연말까지 양국이 합의한 프로그램에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 1월에는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사 대상이 아닌 다른 은행들은 미국이 제시한 여러 범주 가운데 어느 곳에 속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은행은 지금까지 신고되지 않은 미국인의 계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두번째 범주를 택했다. 세번째 범주는 미국인의 세금 회피를 도운 바 없다고 주장하는 은행들을 위한 분류지만 이 범주를 택하는 은행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많은 주립(칸톤)은행들 역시 두번째 범주를 택했다.
베른대학 법률학 교수인 피터 쿤츠는 "스위스 금융계에는 지금 미국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접수를 마친 다음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 지도 불명확해 스위스 금융인들은 새해에도 계속 불안에 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