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 '부실수사' 후폭풍…꼬리 무는 의혹들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 부대인 530부대 이모 단장이 정치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인 정치 개입 의혹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가 자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추가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실수사임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쏘아올렸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이었다.

진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글 작성을 주도한 심리전단(530단)이 지난해 9월 61명에서 대선 직전인 10월 132명으로 인원을 두 배 증원했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사가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작전폰'을 지급하고 국방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 지침과는 다른 별도의 운용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글 작성이 이모 심리전단장의 단독 지시로 이뤄졌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에 대해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이 쓰던 작전폰을 수사하지 않은 수사는 거짓 수사"라고 비판했다.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와는 달리 정치글 작성 행위가 연 전 사령관 재임 때 집중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날 일부 언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정치적 성향의 글로 판단한 1만 5000여건의 글 가운데 70% 정도가 연 전 사령관 시절 작성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연 전 사령관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직을 수행한 뒤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옮겼다가 대선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파견근무를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전날에는 국방위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연 전 사령관의 정치개입 관여설을 주장하는 제보 내용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연 전 사령관이 심리전단이 작성한 작전대응결과 및 일일동향보고를 매일 새벽 530단 상황실에서 보고 받고 수정 과정에도 직접 관여했다는것이다.

해당 제보에는 당시 지시 및 보고라인이 청와대 홍보수석과 국방부 정책실장, 사이버사령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사이버사 정치·대선개입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은 숱하게 제기됐지만, 홍보수석으로 구체적인 보고 라인이 지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버사 보고 라인이 관계당국자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아니라 홍보수석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정치 개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국방부의 자체 수사결과 발표 이후 내부 고발도 잇따르는 양상이다.

김모 전 심리전단 과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글 작성은 옥도경 현 사령관과 이 심리전단장의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과장은 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퇴진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이 심리전단장으로부터 상관 모욕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이처럼 국방부의 자체 수사결과가 부실수사임을 입증하는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국방부의 '꼬리자르기' 수사에 대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 자체 수사결과 발표 이후 내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사이버사의 정치개입 의혹은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하는 길 밖에 없다"며 거듭 특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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