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적극적 평화주의'를 추진하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입장에서는 자위대의 존재를 부각할 기회로 판단, 남수단 파병 한국군에 실탄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국제 안전보장에서 일본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정책 기조로,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 유엔 평화유지 활동상 제약을 줄이자는 주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지 한국군에 대한 실탄 제공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평화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일본이 이를 적극적 평화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삼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일본에 실탄 제공을 요청한 것이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판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우리 군인들의 안전 문제"라면서 "강도가 칼을 들고 다가오는 상황에서 옆집에 총을 집어달라고 한 것과 같다"며 사안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본 내에서는 이번 남수단 파병 한국군에 대한 실탄 제공 결정을 적극적 평화주의에 활용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이 군사행동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게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맺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연구소 총괄연구관 출신인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도쿄 다쿠쇼쿠대 강사는 "한국과 일본이 아프리카의 안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활동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것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계기로 물자를 서로 공급하는 협정을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본은 유엔에 실탄을 공급하는 것이고 이를 한국군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유엔의 결정"이라며 "일본이 군사적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이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제한적이지만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은 "일회적인 사건이라서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때 한국과 일본 간에 서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내전 위기에 처한 남수단에서 PKO 일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군의 요청을 받은 뒤 남수단에 파견된 육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소총용 5.56mm 탄 약 1만 발을 유엔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