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짖는 교회'를 '손잡아주는 교회'로 바꾼 교황

파격 행보에 가톨릭 교회 변모…"교리 못바꾼 '스타일'에 불과" 지적도

지난 7월 29일 브라질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뜻으로 하느님을 찾는다면 내가 뭐라고 그를 심판하겠습니까"

30년간 가톨릭뉴스서비스(CNS)에서 일하며 책 '바티칸 일기'를 펴낸 존 세이비스는 교황이 즉위 후 9개월간 쏟아낸 많은 말 중에 이 말을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꼽았다. 동성애라는 주제도 주제거니와 교황의 정죄하지 않는 어조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세이비스는 "이전의 교황들이 동성애에 대해 언급할 때 늘 '장애가 있다'(disordered)는 말을 빼놓지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물론 동성애에 대한 개념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NBC 방송은 22일(현지시간) 세이비스의 분석을 토대로 교황 즉위 이후 달라진 가톨릭 교회의 모습을 조명했다.

교황이 무신론자, 미혼모, 이혼 등 그동안 죄악시돼온 여러 주제에 대해 전향적인 언급을 이어가면서 교회가 꾸짖는 곳이 아니라 손잡아주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누구나 품어줄) '큰 텐트'이고 자신은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지적했다.

토머스 리즈 신부는 "교황의 최근 강론 제목은 '복음의 진실'이 아니라 '복음의 기쁨'"이라며 "교황은 잔소리하고 규율에 신경쓰는 교회에 반대해 반겨주고 인정 많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곳으로 교회를 변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이 즉위 후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보면 이해가 쉽다. 성목요일에 재소자들의 발을 씻기거나 1984년식 르노 자동차를 전용차로 쓰고 노숙자들과 생일을 축하하는 등 10억 교인을 둔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의 연속이었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언행들이 본질은 건드리지 않은 채 '스타일'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제들은 여전히 결혼이 금지돼 있고 낙태는 대죄이며 교회 복도에서는 남자 둘이 나란히 걷지 못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교리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황이 지난 9월 동성 결혼과 여성 사제 서품을 옹호하던 호주인 신부를 파문한 것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교황의 유화적 언급들은 변화를 도모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NBC 방송은 분석했다.

여성사제 서품을 지지하는 '미래교회'(FutureChurch)를 이끄는 데보라 로즈 밀로벡은 교황 덕에 예전 같으면 꺼내지 못했을 얘기를 나눌 자유가 생겼다면서 반가워했다.

밀로벡은 "교황의 언급은 우리가 같이 해결할 일이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중요하다"며 "교황이 여성주의 신학자들과 함께 앉아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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