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던 아들의 친구를 구단의 수석 스카우터로 앉히려다 취업 비자 발급 문제로 실패하는가 하면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의 대표 색상과 상징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는 등 파격적인 돌발 행동으로 영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빈센트 탄, 그는 누구인가?
말레이시아 출신의 빈센트 탄 구단주는 은행원으로 출발해 현재 버자야 그룹을 운영하는 재력가로 성장했다.
16세 때 은행원으로 사회에 뛰어든 그는 다수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말레이시아에 진출시키면서 사업 규모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1980년 미국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의 사업권에 이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편의점 세븐 일레븐 브랜드도 확보했다.
1985년에는 당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와의 친분을 통해 복권 사업도 시작했다. 복권 사업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이어 휴대전화와 소셜 네트워크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한 번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만 도넛과 체육관, 휴대전화, 복권 등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며 3만명이 넘는 자국민을 고용해 연간 50억 파운드(약 8조6745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규모를 자랑한다.
◈‘문제아’로 전락한 카디프의 ‘영웅’
탄 구단주가 처음 카디프의 이사진에 합류한 것은 2010년 5월. 구단을 인수한 이후 그는 부채 탕감과 선수 영입 등으로 지금까지 1억4000만 파운드(약 24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53년만에 처음으로 1부리그에 승격하자 안드레아스 코넬리우스와 스티븐 콜커, 게리 메델을 영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더욱이 카디프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하는 매 시즌 지역사회에 100만 파운드를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등 건실한 구단주의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단주의 기이한 행동은 100년 넘게 이어온 카디프시티의 전통을 아시아 마케팅을 이유로 독단적으로 교체한 것부터 시작이었다.
‘블루 버드(파랑새)’라는 클럽의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 카디프시티는 전통적으로 파란색과 파랑새를 구단의 대표 색상과 이미지로 사용했다. 하지만 탄 구단주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숭상하는 붉은색과 용을 카디프시티의 대표 색상과 이미지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현재 카디프시티의 클럽 로고는 붉은 용이 중앙에 자리하고 파랑새는 하단에 작게 배치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유니폼 역시 홈 경기는 붉은색, 원정 경기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다. 노란색 역시 중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재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말키 맥케이 감독과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경질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카디프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끈 맥케이 감독이 구단 관계자들의 큰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 현지에서도 감독의 경질에 카디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