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를 데려간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속한 미국 텍사스 주는 주민에게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추신수는 7년간 1억 3천만 달러(약 1천 379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단순 계산으로 평균 연봉만 1천857만 달러(19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보통 미국 연방세와 소속팀의 주에서 부과하는 소득세를 함께 낸다.
미국 국세청(IRS)은 올해 과세 표준에 따라 연간 소득 42만 5천1달러 이상을 버는 미국 국민에게 연방 세율 39.6%를 적용한다.
여기에 주 소득세가 붙으면 세금 적용률은 40% 이상을 쉽게 넘는다.
미국 50개 주에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않는 주는 텍사스주를 비롯해 플로리다주, 네바다주, 워싱턴주, 사우스다코타주, 알래스카주, 뉴햄프셔주, 테네시주, 와이오밍주 등 9개 주에 불과하다.
왼손 투수 류현진(26)이 뛰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소속주인 캘리포니아주는 최대 소득세로 13.30%를 부과한다.
뉴욕주의 최고 소득세율도 8.82%다.
거액을 손에 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조크세(Jock세·원정지 주에 내는 세금),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더 내야 하나 연방세와 주세만으로도 실수령액을 가늠해볼 수 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고객인 제이코비 엘스베리(뉴욕 양키스)와 추신수의 몸값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추신수와 스토브리그에서 FA 계약 1순위를 다툰 외야수 엘스베리는 7년간 1억 5천300만 달러(1천623억원)에 계약해 추신수보다 총액에서 2천300만 달러를 더 받았다.
엘스베리의 평균 연봉은 약 2천186만 달러다.
추신수가 내는 세금은 연방세뿐이므로 연평균 1천857만 달러의 39.6%에 해당하는 금액(735만 3천720 달러)을 세금으로 내면 1천121만 6천280 달러를 실수령액으로 챙긴다.
이에 반해 IRS는 연방세와 뉴욕주 소득세를 함께 내는 엘스베리에게 세율 48.42%를 적용한다.
절반에 가까운 약 1천58만 달러가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결국 추신수보다 평균 연봉에서 329만 달러나 더 받는 엘스베리가 한해 가져가는 돈은 1천128만 달러로 추신수의 실수령액과 큰 차이 없다.
원정지 주에 내야 하는 '조크세'의 영향도 있다.
텍사스와 많은 경기를 치르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구단의 연고지 가운데 시애틀(워싱턴주), 휴스턴(텍사스주) 등이 원정경기를 온 선수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그만큼 실수령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ABC뉴스는 에이전트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관계자를 인용,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받을 1억3천만 달러는 양키스에서 1억4천800만 달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 추신수 측이 명문 구단 양키스의 7년간 1억 4천만 달러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면 내야 할 세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2010∼2011년 아메리칸리그를 2년 연속 제패한 텍사스 구단은 양키스 못지않게 언제든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만한 강팀이다.
FA 시장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큰 팀을 알아보겠다던 추신수의 입맛을 충족하는 팀이다.
또 외야에서 우중간으로 부는 바람 덕분에 왼손 타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추신수가 텍사스를 새 둥지로 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는 이 밖에도 추신수의 측근을 인용, 계약 규모 외에도 추신수의 선택을 도운 요인으로 텍사스의 댈러스와 포트워스 지역에 한인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있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텍사스가 스프링캠프에서 플로리다가 아닌 애리조나 리그에 참가한다는 점도 추신수가 선호하는 부분이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서 뛸 때에도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