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화평론가 최영일씨는 21일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박명규입니다>(표준FM 98.1MHz, 토요일 오전 7~9시)에 출연해 1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를 1년전 개봉했던 ‘레미제라블’과 최근 개봉한 ‘변호인’이라는 두 영화로 풀어냈다.
아래 방송 전문
진행자(이하 진)> 최영일의 키워드 뉴스, 롤러코스터입니다. 시사문화평론가 최영일 씨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영일(이하 최)> 네, 안녕하세요? 최영일입니다.
진> 이번 주 키워드 발표해주시죠!
최> 네, 간단합니다. 오늘 키워드는 ‘두 영화의 사이’입니다.
진> 느낌은 문화적이네요? 두 영화의 사이라니 급 궁금한데요. 어떤 영화를 소개해주시려는 건가요?
최> 네, 구체적으로는 ‘레미제라블’과 ‘변호인’의 사이를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진> 레미제라블, 이건 지난 겨울 꽤 화제가 됐던 뮤지컬 대작이었죠? ‘변호인’은 이번 주
개봉해서 박스오피스 1위라는 얘긴 들었습니다만, 조금만 더 풀어주시죠.
최> 제가 프랑스 문호 빅톨 위고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표작인 ‘레미제라블’이나 ‘노트르담 드 파리‘도 좋아하고, 이 작품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참 애호하는 팬인데요, 헐리웃에서 무대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 ‘레미제라블’이 지난 해 12월 19일에 개봉했었습니다.
진> 아, 날짜가 바로 그날이네요. 작년 대선일. 그렇죠?
최> 맞습니다. 지난 해 대선 당일, 이 영화가 개봉했고, 그날 밤 제18대 대통령의 당선자와 낙선자가 갈린 날입니다. 그 결과로 지금의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죠. 지금의 야권, 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범야권의 문재인 후보와 야권 지지층이 바로 그날, 그리고 그 겨울 내내 ‘레미제라블’을 힐링 영화라고 부르기도 했었지요.
진> 힐링 영화라... 어떤 의미였나요?
진> 정치과잉, 정치과열이라고 하셨는데 정치적 패배를 문화로 치유한다, 뭐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현상 아닌가요? 그런데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 것 같습니다만 그건 일 년 전 이야기고, 이번 주와 직접 연결되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최> 그렇습니다. 문화가 재미있는 것이 역사적 연대기로 기록을 보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데요, 문화작품으로 보면 훨씬 잘 추억되고 회상이 됩니다. 요즘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1994’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회고하는 복고열풍, 추억바람도 그런 것이죠? TV에서 흘러간 영화를 보게 되면 ‘아, 저때 내가 누구랑 사귀면서 어느 극장에서 데이트 하며 봤던 영환데...‘, 흘러간 가요 한 곡에도 ’아, 어느 해 겨울 누구와 어느 찻집에서 이 곡을 들었지...‘ 이런 기억이 언뜻언뜻 스쳐가지 않습니까? 레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 영화 한 편으로 바로 일 년 전 대선 직후 분위기를 떠올려 봤다면, 정확히 일 년 후인 이번 주 12월 19일엔 우리영화 ‘변호인’이 개봉한 겁니다. 그제인 목요일이었는데요, 실제로는 예정보다 하루 당겨서 18일 수요일 저녁부터 상영이 시작된 겁니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기대감에서도 징후가 있었고요, 개봉하자 관람 평과 반향에서 특이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 특이징후라... 극장가야 시즌마다 흥행작도 나오고, 실패작도 나오고, 또 블록버스터가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어떤 점이 특이한 건가요?
최> 먼저 ‘변호인’의 주인공을 맡은 송강호 씨의 괴력을 짚어야겠어요. 이 분이 올해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주연을 했고, 또 사극 ‘관상’에도 출연해 좋은 성과를 냈어요. 작품성과 연기 모두 호평 일색이었고요, 그런데 ‘변호인’에서도 주인공을 맡았지요. 만약 이번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대략 천만 관객을 넘는다면 한 해 동안 약 삼천만 명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그런데 이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고 송강호 씨가 맡은 역이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의 에피소드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난 겨울 ‘레미제라블’을 정권교체에 실패한 야권 지지자들의 힐링 영화라고 했는데 딱 일 년 후 노무현 향수에 불을 지필, 그것도 해외 작품이 아니라 80년대 노무현의 모습을 바로 ‘소환’하는 영화가 흥행몰이가 되고, 화제가 된다는 점이 단순히 문화계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문화적 특징을 보여준다고 보는 것입니다.
진> 흥행작이야 매년 나오지만 ‘변호인’이 천만 관객 동원이 될까요? 보셨나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진> 최 평론가는 그 정서가 뭐라고 보시는데요?
최> 오늘 키워드가 레미제라블, 변호인 두 영화 작품을 해설하는 대중문화나 영화 평론이 아니라 시사를 ‘두 영화의 사이’로 보고자 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이 두 영화의 ‘사이’에 무엇이 있나요?
진> 레미제라블과 변호인의 사이라? 혹은 프랑스 혁명기와 우리나라 5공화국 시절의 사이인가요?
최> 의미론으로 본다면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불어잖습니까? 그들은 변호인을 필요로 할 테니 사회적 약자와 변호인 사이에는 바로 ‘공동체’, 혹은 ‘사회’가 있겠죠. 뭐 그 사이에 판사와 검사가 있다고 설정해볼 수도 있겠고요. 시간의 ‘사이’라고 본다면 작년 대선일과 이번 주 대선 1년의 사이에는 ‘박근혜 정부’가 있습니다.
진> 그렇죠. 그래서 이번 주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아 지지율 분석이나 공과에 대한 평가 소식이 많이 쏟아졌습니다만.
최> 그렇습니다. 외교, 안보, 복지, 그리고 지난주에 이어 철도파업이 장기화 되어 노동, 또는 민영화 관련해서 경제정책 문제 등 성적표들이 다양하게 나왔죠. 그런데 종합적으로 본다면 가장 비판적인 평가는 청와대와 정부의 ‘불통’ 문제로 귀결된다고 보겠습니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불통이라는 비판은 억울하다, 라는 입장을 밝혔고,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좀 다를 뿐이지, 국민들의 소리를 꼼꼼하게 듣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진> 최 평론가님의 당선 일 년 종합평가는 어떠신가요?
최> 저는 개인이든 기업과 같은 조직이든, 혹은 나라든 중간평가든 최종결과든 그 기준은 ‘초심’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당선 일성은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이었고요, 공약으로 ‘100% 대한민국’이라는 상징적 표현도 있었죠. 이 중 ‘대통합’, ‘100%’로 가기에는 우선 극복해야할 분열상이 너무도 커 아직 먼 길이다 싶습니다. ‘행복’도 국민 개인마다 각양각색이겠습니다만 1/5 임기가 지나고 있으니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준비와 노력의 초기과정이라고 보더라도 국론의 기반이 너무나 불안정하지 않은가 하는 점에서 후한 평가는 어렵습니다.
진> 대선 1년을 보내는 주간을 맞아 최 평론가님이 현 정부의 대안을 제언하실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까?
최> 오늘 키워드에서 말씀 드려볼게요. 저는 ‘레미제라블’의 주제를 화해와 용서를 통한 통합이라고 봅니다. 전과자로 늘 쫓기는 신세에서도 장발장은 자벨을 용서하고 목숨을 구해주죠. 법치주의에도 휴머니즘의 정신이 그 영혼이라는 교훈이 들어있습니다. 정부가 자벨이 되지 않고, 장발장에게 새로운 삶의 동기를 준 미리엘 주교의 모습으로 국민 다수, 국민 전체를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인’에서는 선량한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싸우는 과거의 공포정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데 흘러간 역사 속 교훈을 되새김하더라도 극장을 나설 때 관객들이 ‘아, 저때는 참 두려움이 많은 시절이었나, 본데 세상이 이만큼 밝아지고 여유로워져서 좋다.‘는 안도감, 사회심리적 안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간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런 일들이 꼭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만 평가받으려는 욕심을 좀 덜어내고 소통의 분위기를 우리 역사상 최고의 여성 대통령다운 부드러움과 평소 강조하시던 소프트파워가 발휘되었으면 해요. 철도 파업 관련해서 수요일에 있었던 정홍원 총리의 대국민담화도 정부가 밀리면 안된다는 임전무퇴 정신과 엄단하겠다는 강경자세가 너무 두드러져 연말 겨울정국이 경색된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진> 레미제라블이나 변호인이나 역시 화해, 용서, 화합, 그리고 소통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들어있군요. 오늘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키워드뉴스 여기까집니다. 안녕히 가세요.
최>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