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시사평론가는 21일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표준FM 98.1MHz, 토요일 18시~20시)에서 “이번 대자보 현상의 특징은 脫 즉 ‘벗기기’에 있다”면서 “탈권위, 탈매체, 탈정치가 그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탈권위’ 즉 낮은 자세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는 형식, ‘탈매체’ 즉 가장 원시적인 매체로 자기 소견을 종이에 펜으로 적으면서 모든 매체에 대한 심중의 모종의 거부감을 표현하는 방식, ‘탈정치’ 즉 기존 정치의 표현 방식을 거부하는 모습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벗기기 문화가 자발적 놀이의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주장은 ‘대자보 놀이’로, 시위는 ‘나들이 놀이’로, 후기를 통한 격려와 성장 경험은 ‘인증 놀이’로 진행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그리고 “이런 움직임들이 이제는 조직화 단계에 와 있다”면서 “안녕하지 못한 친구들(안못친) 페북 페이지, 각 대학 ‘안못친’ 페북 커뮤니티, 번져나가는 ‘안못친’ 결성이 그 사례”라고 밝혔다.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창룡 교수도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과거 미디어 수단이 허약하던 시절에 주로 이용하던 대자보가 왜 지금 시점에서 이렇게 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첫째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라고 짚은 뒤 “언제부턴가 박근혜 정부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종북, 빨갱이’라는 용어가 붙여지고, 비판과 불만을 제대로 표출할 수도 없고 전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둘째는, 기성 미디어의 실패가 대자보로 이어졌다”면서 “기존 미디어라서 공영방송은 정부 찬양 방송으로 전락했고,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조중동은 친정부적 보도를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데다, 이들 신문사들이 경영하는 종합편성채널도 일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짚은 뒤 “미디어는 많아도 우리 사회 다양한 목소리, 불만을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대자보 호응의 원인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학 총학생회가 붙이는 자보, 학내에 붙었던 자보들이 아니라, 한 학생이 학교 바깥 벽에 붙인 자보가 이렇듯 호응을 얻게 됐는가도 짚어봐야 한다”면서 “원래 운동권 학생들은 ‘결사투쟁. 총력투쟁’ ‘총파업’ 이런 격한 용어를 남발해서 식상한 측면이 있고 다수로부터 공감을 얻지도 못했는데, 이번 대자보의 내용 전달 형식을 보면, ‘안녕들하시냐’며 담담하게 안부를 묻는 형식으로 일상적 감성에 호소하여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취업난에 대한 불안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왜 일자리가 적은지, 대졸 초임이 삭감됐는데도 왜 취업생들은 아무 말 하지 않는지,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대자보 신드롬은 우리 사회에 기성 미디어에 대한 반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의 재점검, 막연한 이념논쟁을 중단하고 보다 생산적인 논의구조를 만들라는 주문을 메시지로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