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메운 촛불...'안녕들하십니까? 시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알바생·대학생·동성애자·비정규직... 저마다 목소리 높여

파업 13일째에 돌입한 철도노조가 21일 오후 4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 두꺼운 점퍼와 목도리로 무장하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과 노조원 2000여명(경찰추산 1200명)은 'STOP 민영화', '힘내라 철도파업'이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다.

김정한 공공운수노조연맹 부본부장은 "정부는 철도공사를 경영효율화한다며 철도 민영화가 정당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경영 정책 실패를 철도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철도 민영화 저지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여동안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5시 15분쯤에는 철도노조의 집회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국정원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안녕들하십니까? 시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집회가 이어졌다.

참여 시민들이 늘어나 인파는 청계광장 양옆 인도까지 가득 늘어섰다.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철도 민영화 저지하자", "관건 부정선거 규탄한다", "박근혜가 책임져라"는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이날 집회는 참여한 시민들이 각자 대자보를 쓴 뒤 무대에서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교비정규직 종사자·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대학생·철도공사 직원·언론인·동성애자 등 10여명의 시민들이 발언대에 올라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소복을 입고 발언대에 오른 안인숙 씨(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말이 '계약만료'이지 사실상 해고이고, 해고는 살인"이라면서 "영어회화 전문강사 6000명의 집단해고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삼성전자 A/S센터 직원이라는 한 남성은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급여와 장시간 지속되는 노동에 지쳐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달라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퇴직을 당하는 삼성전자 서비스에 다니는 저는 안녕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철도공사에서 수서고속철도 운영을 준비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한 직원은 "박근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에서도 민영화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훈구 씨 등 대학생들은 "옥탑방이 추워서 안녕하지 못하다. 보일러 켜기 무서워 학생회실에서 잔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해 정치참여를 하지 못한다면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것인가. 인권이 교문 앞에서 멈추는 현실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며 대학생들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은 '그냥 알바생'이라고 소개한 한 20대 남성은 "저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와 숨쉴때마다 싸워야 한다"면서 "저는 별로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이 추운 날씨에 이 자리에 모이게 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마지막 발언에서 "이 자리에서, 오늘 유일하게 안녕한 곳이 어디냐"며 "청와대다. 국민들이 안녕하지 못한데 청와대가 안녕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집회는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집회 대열 뒤쪽에서 사진과 인상착의가 적힌 종이를 들고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경력 45개 중대 31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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