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국가안보실 체제는 박근혜 정부 초기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방공식별구역 논란 등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수세적 대응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북 문제에선 '경계태세 강화', 동북아 갈등에선 '전략적 모호성'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정원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고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이를 따라가는 등 부처 간 엇박자가 자주 났다. 장성택 실각설이 제기된 직후 국정원과 국방부, 통일부 수장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결정적 장면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NSC 사무조직 설치 등을 포함한 국가안보실 강화 지시를 내린 지 사흘 만에 나온 이날 발표의 골자는, '명목상' 외교안보정책 콘트롤타워였던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기능하도록 조직을 강화한 것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매주 한 차례 국정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통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설된 국가안보실 1차장은 NSC 사무처장을 겸임하면서 관련부처의 차관급 회의를 주재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대북정책의 전면에 나서는 '안보 독주'는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조정비서관실은 대신 안보전략비서실과 다른 비서실에서 나온 결과물, 즉 정보를 취합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조정비서관이 NSC 사무차장을 겸임하는 것도 이같은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편 개편안은 기존 국가안보실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당초 정권 초 국가안보실을 외교안보정책의 콘트롤타워로 소개했던 만큼, 사실상 이번 개편은 그동안 국가안보실이 '제대로 못했다'는 고백에 다름아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 국가안보실 체제가 한계에 이른 것은 체제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주요 포스트를 군인들이 채우고 있는 것도 한계 중 하나"라며 "확대, 강화된 지점마다 안보논리보다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