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 조기이전 결국 '물거품'

지역 정치인 '책임론' 제기

올해 말로 예정됐던 한수원 본사의 경주 조기 이전이 결국 2015년 이후로 연기됐다.

조기 이전 무산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발여론이 높아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경주시는 20일 최양식 시장과 정수성 국회의원, 조석 한수원 사장, 정석호 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수원 본사 이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완전 이전을 신사옥이 완공된 이후인 2015년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4자회동을 갖고 '조기 이전 연기'를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최양식 시장은 "한수원의 조기 이전을 위해 그동안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경주시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며 "대신 한수원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평생학습문화센터 건립을 비롯해 117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정수성 의원도 "최근 거론된 서라벌대 임대차 문제를 신중히 검토했지만 용도변경과 리모델링 기간까지 고려하면 입주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고 최대 수용인원도 300명 수준에 불과해 업무 효율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제외했다"며 "본사 조기 이전 문제로 각 지역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연기하기로 결정한 만큼 지난 일은 모두 잊고 희망찬 경주를 여는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본사의 완전 이전이 늦춰짐에 따라 한수원은 경주 양북면에 건설 중인 신사옥이 2015년 연말 준공되면 바로 이전할 방침이다.

또 사택은 총 1천세대 중 동천동과 진현동, 황성동 3개 지역에 나눠 건립하거나 매입해 경주의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립형사립고는 시내권에 설립하되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설립 여부를 결정하고, 한수원 축구단 훈련센터는 유소년 축구아카데미 기능을 포함해 빠른 시간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한수원은 경주시가 제공하는 부지에 50억 원을 들여 '평생학습문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결과적으로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수원이 경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번 결정에 상당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본사 조기 이전을 통해 지역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민 상당수가 조기 이전을 원하는 상황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한수원 사장 등이 독단적으로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반발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한수원 조기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에서 지역 대표 정치인들의 일방적인 '무산 통보'는 시민을 무시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시민들에게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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