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자리는 석죽과의 두해살이풀꽃으로 바닷가 바위틈부터 도심지 보도블럭 그리고 들판의 공터까지 햇볕이 잘 들고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햇볕이 있는 곳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키가 큰 나무뿌리나 그늘진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어 살기도 합니다. 키는 커봐야 2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제주에서 자라는 것은 10cm도 않아 앉아서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많은 곳에서는 줄기 아래에서부터 가지를 치면서 땅바닥에 붙어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반듯하게 서서 자라기도 합니다.
초록색의 잎은 선형으로 가늘고 작지만 표면은 반들거리고 두툼하여 오히려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5월이 되면 별 모양의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꽃의 크기가 작으면 꽃잎이나 꽃받침이나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하여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은데 개미자리는 완성된 꽃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의 크기도 작고 화려하지도 않아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닙니다. 줄기 위쪽에 달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각 1송이씩 달리는데 2mm 정도 되는 꽃받침 다섯 개가 꽃잎 다섯 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흰색의 꽃잎은 녹색의 꽃받침과 길이가 비슷하고 그 사이로 어긋나게 달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색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잎 안에는 털이 뽀송뽀송한 암술 다섯 개를 가운데 두고 주위로 5~10개의 수술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개미자리라는 이름도 너무나 예쁘고 앙증맞습니다. 개미가 이 풀꽃을 좋아해서 개미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개미자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꽃을 담으려고 줄기를 만지기라도 하면 분주히 드나드는 많은 개미들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개미들이 유독 이 꽃을 좋아하고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듯합니다. 성숙초(星宿草)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를 풀이해보면 '별이 잠을 자는 풀'이 됩니다. 꽃 모양이 별을 닮아서 붙여진 모양입니다. 별이 잠을 잔다는 시적인 표현이 너무나 정겹습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Pearlwort라 부르는데 Pearl은 진주이고 wort는 풀이기 때문에 '진주풀'이 됩니다. 아마도 개미자리의 열매가 익으면 다섯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흑진주 같은 씨앗이 나오는데 씨앗의 모습 때문에 붙여진 모양입니다.
개미자리는 너무 흔하여 잡초와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토종 야생초입니다. 전초를 칠고초(漆姑草)라 하여 약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6~7월 꽃이 필 때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이용하기도 하고 그냥 신선한 것을 쓰기도 합니다. 줄기에는 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종기가 날 때 찧어 붙이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여서 먹거나 분말로 복용하는데 인후염과 같은 염증에도 좋다고 합니다.
자세를 낮추어야 눈에 들어오는 꽃들이 많습니다. 개미자리는 작아서 아름다운 꽃입니다. 너무나 연약하여 내년에는 다시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도시의 시멘트 바닥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하고 아파트 화단 한 구석에서도 평화롭게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에게는 잡초이겠지만 개미들에게는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더 없이 넓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개미자리가 펼쳐내는 세상에는 더없이 큰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봄볕 따스한 날 꽃 피운 개미자리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