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폭탄 신고' 한인 하버드대생 첫 법정 출두

변호인 "시험·부친 3주기 때문에 큰 압박"…보석으로 풀려나

미국 하버드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거짓 신고했다 붙잡힌 한인 재학생 김모(20)씨가 18일(현지시간) 법원에 처음으로 출두했다.

보스턴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회색 티셔츠 차림에 수갑을 찬 채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처음으로 나와 사전 심리를 받았다.

피고 변론을 맡은 국선 변호인 이언 골드는 김씨가 기말고사와 별세한 부친의 3주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현재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골드는 "김씨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던 20세 청년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는 보스턴의 한국 영사관 관계자가 찾아와 심리를 참관했다. 서울 출생인 김씨는 미국 시민권자지만 영사관 측은 그가 현재 한국 국적도 함께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변호인 골드는 김씨가 초등학교 때 미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고 현재 모친은 한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누나와 삼촌은 미 매사추세츠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체포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가 10만달러(1억 5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는 보석 조건에 따라 하버드대 교내 출입이 금지됐다.

김씨 사건은 연방검찰이 맡는다. 학내 엉터리 신고에 주(州) 검찰이 아닌 연방 검찰이 나서는 것은 이례적 일로 미 당국이 이번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버드대 학내 언론인 '하버드크림슨'은 김씨가 까다로운 법정 공방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만난 한 하버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씨가 이미 수사관에게 범행을 자백한 만큼 무죄 주장을 포기하고 양형 거래(검찰의 가벼운 구형을 대가로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는 것)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씨의 혐의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장 5년 징역·3년 보호관찰을 받고 벌금 25만 달러(약 2억6천만원)를 내야 한다.

김씨는 기말고사를 피할 목적으로 16일 오전 8시30분께 교내 4개 건물에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 쓰인 것과 비슷한 '파편 폭탄'이 설치됐다는 이메일을 학교 경찰 등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는 김씨의 혐의와 관련해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으나 그 밖에 수사와 관련한 논평은 하지 않았다.

김씨가 왜 거짓 폭탄 신고를 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엘리트 문화 속에서 극심한 점수 압박이 도화선이 됐을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김씨가 문제의 거짓 신고 이메일을 보낸 것은 그가 기말고사를 보기 불과 30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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