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통상임금 판결, 좀 개운치 않다”


- 정기 상여금을 인정한 것 환영할 만 하지만 소급 적용 안되는 것은 이해 안돼
- 복리후생비는 회사마다 지급 방법이 다른데 모두 인정안되는 것은 아쉬워
- 개운치 않은 판결로 내년 임단협도 상당한 분쟁이 예상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18일 (수)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 정관용> 초미의 관심사였던 통상임금 문제,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복리후생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골자는 이런데요. 판결의 의미 또 앞으로 뭐가 달라지게 될지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을 들어볼까요? 먼저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정호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대법원 판결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 정호희> 일단 좀 개운치가 않네요. 한편으로는 통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정리를 한 것 같은데. 이게 소급 적용이 또 초미의 관심이지 않았겠습니까? 이 부분은 상당히 어렵게 되지 않았나 보고요. 어쨌든 지금까지 한 20년 가까이 유지됐던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에서는 의미를 두지만 소송 당사자인 갑을오토텍입니다. 이 노동자들은 사실상 패소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게 신의칙을 이유로 들었는데 법리적으로 일단 잘 이해가 안 되고요.

◇ 정관용> 조금 내용을 정리해 보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20여 년 판례는 계속 정기적으로 받는 보너스, 상여금 이건 통상임금에 들어간다. 이런 판결을 유지해 왔었지 않습니까?

◆ 정호희>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오늘 판결은 갑을오토텍의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소급해서 받도록 해 달라, 이건 안 된다는 거였었죠?

◆ 정호희> 그렇습니다. 그래서 뒤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소급 적용하기는 상당히 어렵게 된 그런 판결로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 복리후생비, 여름휴가비라든가 김장값 이런 등등은 통상임금으로 포함할 수 없다. 이런 판결은 어떻게 보세요?

◆ 정호희> 이 부분은 수당의 명목이나 지급 방식은 회사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제외된 부분은 법에서 얘기하는 정기성, 일률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것인데요. 하급심에서는 다 인정이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부인돼 가지고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20년 판결을 재확인한 거 하나는 환영할만하지만 나머지는 또 아쉽다. 이런 거네요?

◆ 정호희> 그렇습니다. 개운치 않습니다, 그래서.

◇ 정관용> 그렇다면 앞으로 이제 노사가 협상을 해서 각 개별 근로계약마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다 따로 따로 정해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번 판결의 의미가 뭐예요?

◆ 정호희>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오랫동안 논란이 됐었는데 그다음에 대법원에서 다 확정판결이 났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경영계 그 다음에 정부에서 전원합의부로 하자고 해서 이번 판결이 난 것이기 때문에 범위에 대한 논란은 일단은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시급하게 법제도를 정비해야 되고요.


◇ 정관용> 어떤 법을 어떻게 정비해야 합니까?

◆ 정호희> 지금은 이것이 노동부의 시행령에 있고 또 구체적인 내용들이 시행지침에 있습니다. 이 노동부 시행지침이 모든 논란의 근·진원지였는데 이걸 빨리 바꿔야 되고요. 폐기하거나 바꿔야 되고요. 지금 법률로 하자는 법안도 두세 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것도 빨리 심의가 되어야 될 것이고요.

◇ 정관용> 아예 법률로 통상임금은 뭐, 뭐, 뭐로 구성된다. 이렇게 정하자 이 말이죠?

◆ 정호희> 명목이 아니라 기준을 정하자 이런 법안들이 올라가 있고요. 이게 계속 말씀드립니다만 개운치 않은 판결, 전원합의 판결을 내놓다 보니까 내년 임단협도 상당한 분쟁이 예상됩니다.

◇ 정관용> 이 범위를 둘러싸고 개별 회사마다 그런 분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인데. 그렇죠?

◆ 정호희> 그렇게 예상됩니다.

◇ 정관용>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 정호희> 그래서 법률과 정치권과 노동부의 역할이 중요하죠. 어쨌든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판결이거든요. 따라서 지금 중소·영세업체들 같은 경우,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또 이것을 벗어나기 위한 변칙적인 임금제도들을 도입한다고 그래요. 명백한 탈법이고 불법입니다. 그래서 노동부에서 강하게 단속해 줘야 되고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빠르게 마련돼야 된다는 것입니다.

◇ 정관용> 기업 측은 계속해서 이게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게 되면 바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초과근로, 휴일근로 수당이 올라가고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정호희>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수십조 원이 더들어간다. 그러면 국제경쟁력은 떨어진다. 이런 주장을 펴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호희> 첫 번째 수십조의 근거가 도대체 뭔지에 대해서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것을 뭐 노동, 우리는 인정하기가 좀 쉽지 않고요. 국제경쟁력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된다는 것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인데 창피한 일이잖아요. 지금 사회적인 문제가 장시간 노동입니다.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것은 남의 일자리를 뺏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죠. 그래서 우리 뭐 이른바 기업 패러다임 혹은 노사관계, 노동에 관한 관점도 적정 시간 일하고 적정한 임금을 받고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초과근로를 아예 안 하는 상황이 되면 사실 논란이 될 것도 없다, 이 말이군요.

◆ 정호희> 그렇죠. 법만 그대로 적용한다면 통상임금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거나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 정관용>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지금 기본급이라는 게 너무 적고 이것저것 각종 수당으로 돼 있는 임금체계 이게 더 문제 아닐까요? 조금 단순·순명쾌한 임금체계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 정호희>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 통상임금 논란이 됐던 이유 자체가 기본급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각종 수당을 이리저리 짜 맞추다 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심플하게 가야됩니다. 임금체계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정호희> 네.

◇ 정관용> 민주노총의 정호희 대변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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