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이날 금리·통화정책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현행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액을 내년 1월부터 750억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에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개선세를 보인다면 내년 8차례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국채 및 모기지(주택담보부) 채권 매입 규모를 이번과 유사하게 100억달러 안팎씩 '점차'(modestly or moderately)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면서도 향후 추가 축소 조치는 '데이터'(고용 및 경제 통계)에 달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연준이 내년 각종 결과에 실망한다면 한두 차례 회의는 (양적완화 추가 축소 없이) 건너뛸 수도 있을 것이고, 상황이 더 나아진다면 (테이퍼링) 속도를 더 빨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기 회복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장기 실업률도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금리 인상의 목표치인 실업률은 내년 말에 6.5%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가능한 모든 대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연준이 제시했던 실업률(6.5%)과 인플레이션(2.0%) 목표치를 조정할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아울러 미국의 경기 회복이 느려진 것은 주택 시장 거품 붕괴나 시퀘스터(지출 자동 삭감)에 따른 연방정부의 빠듯한 예산, 유럽 채무 위기 등 몇몇 '불운' 탓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직면했던 이들 도전 과제를 고려하면 경제 성장이 다소 지연된 것은 충격적인 일은 아니고,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은 특히 테이퍼링 착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임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과 '긴밀하게' 협의했으며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의 퇴임이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 나오는 '결자해지'(자기가 도입한 양적완화를 퇴임 전에 축소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 평가를 부인했다.
그는 의장직을 그만두고 나서는 당분간 워싱턴DC에 머물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년 1월 28∼29일 FOMC 회의 때는 경기 전망이 별도로 발표되지 않고 연준 의장 기자회견도 없다.
이어 3월 열리는 FOMC 회의에서는 옐런 새 의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옐런 지명자는 이번 주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