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도노조 '백기 투항' 종용… 파업 해결 의지 박약?

국토부 장관 "철도민영화 금지 법안 논의 반대"…노조 퇴로까지 봉쇄

정홍원 국무총리, 서승환 국토부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철도노조가 지난 9일 파업을 시작해 11일째 이어지고 있다. 철도파업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파업기간 동안 80대 할머니가 열차에 끼어 숨지고, 전동차가 멈춰서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또 시멘트와 석탄, 수출입 컨테이너 등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철도파업을 둘러싸고 코레일 노사 양측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등 관계자 모두가 딴청만 피우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퇴로를 완전 차단하고 자진해서 파업을 철회하도록 백기 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철도파업 10일, 속 깊은 협상은 없었다

철도노조가 지난 9일 오전 9시를 기해 전면 파업에 들어간 뒤 11일째를 맞았다. 이 기간에 코레일 노사 양측은 지난 13일 단 한차례 실무교섭을 벌였을 뿐이다.

노사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양보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더 이상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신, 철도노조는 거리로 나가 장외투쟁을 벌이며 정부와 사측을 맹비난하고 있고,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며 불법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정홍원 총리는 18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지난 16일 대통령께서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이처럼 정부가 누차에 걸쳐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철도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서발 KTX 법인설립과 철도사업면허 발급을 당초 계획대로 올해말까지 모두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정부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 서승환 장관 "철도 민영화 금지법안 논의 반대"… 정부 불신 자초?

파업 쟁점인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철도노조는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코레일 사측은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 심지어 청와대까지 나서 철도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철도노조도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가 아니구나 하고 한번쯤 믿어 볼만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설왕설래하는 상황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에 대한 믿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 장관은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승용 위원장이 "국토위에 KTX 민영화 금지 입법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소위 구성에 반대 한다"고 답했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아예 민영화 금지법안을 만들자는 야당측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이다.


◈ 철도노조 퇴로 차단…끝까지 옥쇄작전 펼치나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철도노조 최은철 대변인은 18일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두 달을 끌고 가겠냐 석 달을 끌고 가겠냐"며 "파업이라는 것이 노조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철도노조는 최근 민주당 측이 제안한 ‘철도민영화 금지법안’에 대해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은철 대변인은 “노조는 민주당 주승용 위원장이 제안한 내용을 존중하고 적극 수용할 뜻이 있다고”고 전했다.

최 대변인은 그러나 “정부가 한쪽으로 민영화가 없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자는 민주당 제안은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도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백번 양보해 아예 법률로 제정하겠다고 하면 파업이 지금이라도 당장 끝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 정부의 강경대응 논리 "밀리면 공기업 개혁 끝장"

그렇다면 정부가 철도노조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아예 이참에 강성노조인 철도노조를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는 속내가 있다.

지난 2009년 11월 파업 당시 경찰 출신인 허준영 전 사장이 노조 집행부 간부 150여명을 고소 고발하면서 노조가 8일만에 자진 철회했던 학습효과도 있다.

또하나,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정부가 밀리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공기업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철도파업은 노조가 자진해서 백기를 들고 철회하든지, 정부가 철도민영화 금지 법안을 포함해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하든지 둘 중에 하나로 귀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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