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건은 지난 12일 오전 뉴욕 시내에서 일어났다. 뉴욕 주재 인도 총영사관 소속 데비아니 코브라가데(39) 부총영사가 자동차로 딸을 시내 학교에 데려다준 뒤 공개된 장소에서 미 당국에 체포된 것이다.
인도 언론은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미 당국이 코브라가데에게 수갑을 채우고 알몸수색 및 DNA 샘플 채취를 한 뒤 마약중독자들이 있는 방에 집어넣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서 25만 달러(2억6천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당일 풀려났다. 그는 가사 도우미의 미국 입국비자 서류를 조작하고 도우미 임금을 미 국내법에 규정된 금액보다 적게 지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3일 낸시 파월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여 강력 항의한 인도 정부는 17일 한 걸음 더 나아가 미 당국의 조치에 대한 맞대응에 나섰다고 인도 언론이 18일 전했다.
인도 정부는 국내의 모든 미국 외교관이 신분증을 반납하도록 하고 주류를 비롯한 뉴델리 주재 미국대사관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또 미국 대사관 주변 도로에 설치된 차단벽을 제거했다. 아울러 인도에 있는 모든 미국계 학교에 교사의 비자 및 인도인 직원 임금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과 우호적인 인도 정부가 취한 조치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코브라가데가 알몸수색까지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여론이 급속히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의 조치는 집권 국민회의당의 '실세'인 라훌 간디 부총재와 수실 쿠마르 신데 내무장관이 인도를 방문 중인 미 하원대표단의 면담을 거부한 지 수시간 만에 나왔다.
조지 홀딩 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 등 의원 5명으로 된 대표단은 전날에는 외교관 출신인 메이라 쿠마르 하원의장과 시브샨카르 메논 국가안보보좌관의 면담을 거부당한 바 있다.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무장관은 뉴델리에서 취재진에 "코브라가데가 당한 모욕적인 대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도 가세했다.
인도국민당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도 미국 하원 대표단 면담을 거부했다. 이 당의 간부인 라비 샨카르 프라사드는 동성애를 금하는 인도 국내법에 따라 국내에 체류하는 미국 동성애자들을 체포하라고 정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인도 측의 반발이 의외로 강해지자 미국은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니샤 데사이 비스왈 국무부 중앙·남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이날 인도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인도 측의 반발을 이해한다"며 "현재 체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 중이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법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일회성' 사건이라면서 이 때문에 우호적인 양국관계에 금이 가지 않도록 양국이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