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국제 화학무기 사찰단서 韓대표 솎아내

입국비자 거부…'北과 비밀 협력관계 은폐 의도' 분석도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키로 한 시리아 당국이 국제 사찰단에서 무단으로 한국 당국자를 배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관련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는 문제로 시리아 당국이 북한과의 비밀 군사협력 관계가 한국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유엔 외교관 4명에 따르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한국 대표에 대해 지금껏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시리아가 올해 10월14일 서명한 화학무기금지협약은 국적에 따라 사찰단을 걸러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비자 거부는 협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조처다.

입국이 거부된 OPCW 한국대표는 전직 국방부 관료로 알려졌다. 유엔 외교관들은 한국 무기 전문가가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과 북한이 몰래 벌인 대량살상무기 관련 작전을 알아챌 위험성 때문에 조처를 내렸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북한은 시리아와 1966년 수교한 이래 핵과 미사일 등 군사 기술을 현지 정권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는 지금껏 한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다.

OPCW·유엔 공동 사찰단을 이끄는 시그리드 카그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차장보는 한국 정부에 개인적으로 이번 상황을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한국 대표는 비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유엔 외교관들이 전했다.

시리아가 이 문제로 제재를 받을지는 불확실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할 때만 시리아에 대해 제재를 결의할 수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시리아의 핵심 우방이다.

북한이 현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한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달 방한한 시리아 반정부단체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흐마드 투으메 총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리아로 전문가를 보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한다'는 첩보를 접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군에 공습 관련 기술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는 OPCW와 국제사회의 감시 아래 다음달 말 자국 내 화학무기를 전량 국외로 반출해 폐기할 예정이다. 북한은 아직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알아사드 정권 보유량의 수배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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