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 10분쯤 조 회장은 직원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에서 내렸다. 그는 검은색 코트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 회장은 '비자금 조성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았는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 '일가가 조사를 받고 있는데 심경이 어떤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조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지시하고 관리했다고 잠정 결론내리고, 1천억 원대의 세금 탈루와 1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효성그룹이 10년 동안 1조 원대 분식회계를 하는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6년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수백억을 대출받아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주식을 매매한 의혹도 제기됐다.
조 회장 일가는 1990년대부터 보유 주식을 임직원 등 타인 명의로 관리하면서 1천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한 혐의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조 회장은 그러나 지난 10~11일 소환조사에서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회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를 했을 뿐 이로 인한 개인적인 이득은 없었고, 개인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도 없었다'는 취지로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18일 저녁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