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추천위원회는 "황창규 내정자가 대표적인 IT분야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시장창출 능력과 비전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했고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R & D전략기획단장을 역임하는 등 ICT 전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황창규 내정자가 삼성 출신이라는 점과 지역적으로 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 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T CEO 왜 하필이면 삼성출신 반도체 전문가인 황창규를 선택했을까?"로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황창규 전 사장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사람 아니냐?
= 그렇다. 황창규 신임 KT CEO 내정자는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반도체 전문가이다.
황의 법칙(Hwang's Law)은 삼성전자의 기술총괄 사장이었던 황창규 내정자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할 때인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ISSCC(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이론을 말한다. 그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발표했는데 무어의 법칙과 달리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이었다. 그는 2007년까지 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여 이론을 입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08년 황의 법칙은 중단됐다.
황 내정자는 이듬해인 2009년 삼성전자를 떠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초빙교수와 지식경제부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장을 지냈으며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 KT는 지금 위기 상황 아니냐? 그런데 경영전문가가 아닌 IT 전문가를 CEO로 내정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사실 황창규 설은 KT 이석채 전 회장이 낙마하면서부터 나돌았다. 그런데 설로 나돌던 것이 현실화 된 것이다.
KT CEO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차기 CEO 후보로 황창규 내정자를 추천했는데 황 내정자가 대표적인 IT분야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시장창출 능력과 비전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했고 지경부 R & D전략기획단장으로서 국가의 CTO를 역임하는 등 ICT 전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천위원회 한 관계자는 "제조업을 하던 사람이 초고도 서비스 사업을 어떻게 이끌 생각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황 내정자는 "제조업이 벽돌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반도체는 우리가 과거 무슨 생각을 했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앞으로 이세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이다 하는 통찰력이 없으면 무슨 수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미래전략사업으로 그걸 내놓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KT CEO 후보자들 면접을 보고난 뒤 황창규 내정자를 반대하는 위원들도 '(다른 후보자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했다는 얘길 들었다.
KT 차기 CEO를 두고 내부출신이 유력하다는 설과 관료 출신이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지만 23명의 자천타천 후보에 대한 평가를 통해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과 임주환 전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황 내정자 등 4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면접을 거쳐서 황 내정자가 선택됐다.
▶낙하산 논란은 없는 거냐?
KT 노조관계자도 "일단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보지 않는다"며 "차기 CEO 선출은 비교적 잘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관련 노조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KT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내정을 인정하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새노조와 BC카드노조, KT스카이라이프노조, KTis노조 등 관련노조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17일 공동 성명서를 냈는데 우려는 삼성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되어 또 다시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후퇴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노동 문제가 매우 심각한 KT에 반노조 경영에 익숙한 삼성 출신 황 내정자의 등장으로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내정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황창규 회장 내정자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일단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KT내부의 반응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직원들은 환영, 임원들은 전전긍긍'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KT 내부직원들은 "황창규 내정에 대해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그동안 침체되고 정체된 K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런데 왜 황창규 내정자를 청와대에서 낙점했다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나?
= KT 최고경영자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추천했겠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일단 이석채 전 회장이 낙마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황창규 회장설'이 나왔고 그 설은 현실이 되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처음 거론된 인물이 끝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설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동향으로서 친분이 있다는 설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된 이후 TK출신은 배제되고 PK출신들이 중용되는데 황창규 내정자도 부산고를 나온 PK출신이다. 그래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밀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앞의 두 가지 설은 ‘설’에 가깝지만 황창규 내정자도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있는 인물이라는 ‘구체적인 설’도 있다.
친박계 핵심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과 황창규 내정자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의 몫으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는데 그 때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황창규 내정자를 R&D 전략기획단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황 내정자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해 여러차례 자문이나 이런걸 하도록 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수첩에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석채 전 회장이 2009년 KT 대표이사 후보자격이 안되자, KT 정관을 바꿔가면서 까지 밀어부친 청와대 낙하산 인사덕에 KT에 입성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의 사퇴압박에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버티기를 하다가 결국 찍어내기 당했다.
이석채 회장을 찍어낸 이유가 누군가를 앉히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돌았는데 황창규 내정자가 처음부터 줄곧 후보자로 거론됐으니까 결과적으로 그런 의심을 받는 것이다.
▶청와대가 낙점했다는 거냐? 아니냐?
= KT관계자나 청와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등에 황창규 내정자를 청와대가 낙점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을 했는데 다들 부인하거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추천위원회에 관련된 한 관계자가 "황창규 내정자가 최총 후보에서 제외될 뻔했다"면서 "청와대 낙점설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않는NCND 입장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아닌 다른 후보 A씨가 김기춘 실장과 가깝다거나 '거의 내정단계'라는 설에서부터 김기춘 실장이 어떤 후보자에게 "면접을 잘보라"는 얘길 했다는 구체적인 설까지 나돌았다.
또다른 후보 B는 캠프까지 차려놓고 맹렬하게 운동을 했고 KT 내부자나 ICT업계 관계자 상당수가 줄을 섰다는 설도 들렸다.
KT가 민영화 된 뒤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중수,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이 낙하산 논란을 빚었지만 황창규 내정자는 일단 정치권과 거리가 멀었고 반도체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경력이 있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은 크게 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낙점설 보다는 '삼성맨' 출신이라는 우려가 더 큰 것 같은데?
= 그렇다. SNS에서는 KT 차기 CEO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삼성이 KT접수>라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트위터나 인터넷 토론방 등에는 [삼성이 끝내 KT를 접수했다]거나 [삼성이 KT 접수?]라는 트윗이나 리트윗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성공신화, 통신 비전문가 삼성전자가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는 시점에 삼성전자 출신 사장이 KT 회장으로 부임할 경우 독점과 편향 논란 불가피"라는 글들이 눈에 띤다.
일부 언론에서도 "‘삼성 출신 반도체 전문가’가 공기업에 뿌리를 둔 통신기업의 새 최고경영자로 내정됨에 따라 케이티는 또다시 적잖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임 이석채 회장이 물러난 뒤 ‘삼성 출신이 올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제기됐던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직계열화에 케이티가 동원될 수 있다’ ‘케이티가 삼성 제품의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의혹을 황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는 보도를 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근거나 그런게 있는 건 아니지지만 대표적인 삼성맨으로 잘알려진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되면서 그런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 시절 삼성과 KT는 '불편한 애증의 관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석채 회장이 2009년 11월 처음으로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KT와 삼성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KT CEO 추천위원회에서도 삼성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이 황창규 내정자를 추천하니까 삼성출신이 CEO로 올 경우 KT가 삼성에 점령 당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황창규 내정자는 어떤 입장인가?
KT CEO추천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삼성을 떠날 때 인연이 끊어졌다"며 "삼성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CEO추천위원들이 삼성출신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자 황 내정자는 "주인(오너)이 있는 곳에서 사장을 하는 것과 오너가 없는 곳에서 꿈을 펼치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 않겠느냐?"며 "KT에서의 성공여부가 황창규 인생에서의 평가를 좌우한다"는 얘길 했다고 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황 내정자가 삼성에서 퇴사한 뒤 삼성과는 소원한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 내부 임원들과 교류도 없고, 삼성 내부에서도 황 내정자에게 좋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라는 얘길 했다.
그렇지만 황 내정자는 삼성재단이 소유한 성균관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중이고 삼성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만큼 <삼성의 KT접수>라는 의혹을 어떻게 불식시킬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황창규 내정자는 최고경영자 후보로 추천된 뒤 짧은 소감을 밝혔다.
황 내정자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 드립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