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억류 英 의사, 석방직전 의문사 논란

"살해의혹 있다"…영국 정부, 진상 규명 촉구

시리아 반군 부상자를 치료한 혐의로 시리아에 1년 넘게 억류됐던 영국인 의사가 석방을 나흘 앞두고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돼 의문사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인 의사 아바스 칸(32)은 최근 시리아 정부의 석방 결정으로 본국 귀환을 앞두고 다마스쿠스의 유치시설 독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칸의 사망 원인은 자살로 공식 발표됐다. 시리아 당국은 칸이 자신의 독방에서 잠옷으로 목을 매 사망했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에서 아들의 옥바라지를 해온 어머니 파티마는 아들과의 재회에 들떠 있다가 정부 관계자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고 오열했다.


런던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최근까지도 석방을 앞두고 기쁜 심정을 여러 통의 편지로 소식을 전했던 칸이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펄쩍 뛰었다.

여동생 사라는 "오빠가 빨리 나와 가족과 만나고 싶어했다"며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시리아 정부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

가족들은 영국 정부가 조기 석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정형외과 의사 칸은 지난해 시리아 알레포 반군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하다 체포돼 반란군 가담 혐의를 받았다.

석방운동을 벌였던 조지 갤로웨이 영국 하원의원은 석방에 맞춰 다마스쿠스 방문을 준비하다가 시리아 외무부 차관으로부터 비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갤로웨이 의원은 "시리아 정부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칸을 석방하기로 굳게 약속했다"며 "나흘 뒤 석방될 사람이 자살했다는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도 사망 원인에 의혹을 제기하며 시리아 정부에 신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서 이번 사건은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 로버트슨 외무부 부장관은 "칸의 사망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도적인 구호활동을 하다가 억류됐던 영국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시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