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혁명 발발 3년…정치·사회 갈등은 지속

집권당-야권, 새 내각 이끌 신임 총리 선임으로 혼란 끝낼지 주목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 튀니지에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계기가 된 20대 노점상의 분신자살이 발생한 지 17일로 만 3년이 됐다.

튀니지의 국화(國花) 재스민에 빗댄 이 혁명은 중부 소도시의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당시 26세)가 2010년 12월17일 시디 부지드의 지방정부 청사 앞에서 분신자살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경찰 단속으로 청과물과 노점 운영설비를 모두 빼앗겨 생계가 막막해진 부아지지가 극단적 항의 표시로 선택한 분신자살은 튀니지 반정부 시위에 불을 붙여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1987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벤 알리는 결국 시민 혁명에 떼밀려 2011년 1월 14일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 길에 올랐고, 23년간 지속했던 정권도 무너졌다.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는 폭력 사태와 일부 약탈에도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낸 첫 아랍권 시민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받은 과도정부의 지휘 아래 튀니지에서는 내각 개편과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졌다.

벤 알리 정권 붕괴 후 처음으로 치러진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은 세속주의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했지만, 연립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튀니지 정부는 출범 직후 이슬람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야권과 자주 대립했다. 이슬람주의 정부와 세속주의자들의 대립으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대립과 충돌이 지속한다는 점이다.

튀니지 세속주의 세력 내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이 나라의 법 체계와 사회에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자들의 정치적 대립과 실업 문제 해결,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자주 폭력 사태로 변질했다.

올해 들어서는 튀니지의 유력 야권 인사가 지난 2월과 7월에 잇따라 암살당하면서 정치적 후폭풍까지 몰아쳤다.

이 사건의 배후로 엔나흐다당이 지목되면서 2년 전 튀니지의 '아랍의 봄'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잇따랐다.

게다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 세력이 튀니지 정부 인사와 군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시도했고 이에 맞서 정부군은 대규모 무장 세력 소탕 작전을 전개했다.

튀니지 당국이 테러 단체로 지목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안사르 알샤리아'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 튀니스 도심에서 민중봉기 3주년을 기념하는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반면 세속주의 성향의 활동가들은 3년 전 부아지지가 분신자살한 시디 부지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국 혼란이 지속하자 여야는 최근 새 총리를 선임하기로 합의하고 과도정부를 수립할 예정이다.

새 총리로 지명된 메흐디 조마아(51) 산업부 장관은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성향의 인사로 내년 총선과 대선이 시행될 때까지 과도 정부를 이끌게 된다. 과도 정부는 새 헌법 초안 작성과 총선·대선 일정 확정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이에 따라 내년 선거가 튀니지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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