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철수 2년…멀고 먼 안정화의 길

폭력사태 '악화일로'…올 테러희생자 6천500명 넘어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지 오는 18일로 만 2년이 되지만 이라크의 안정화는 멀게만 느껴진다.

2011년 12월 18일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맞물려 정정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군이라는 '균형추'가 사라지면서 이라크 내 잠재된 정파와 종파, 부족 사이의 알력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형국이다.

실제 수니파 주민들은 작년 12월 말 반정부 시위를 시작한 이래 금요 시위 등을 이어가며 1년 가까이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테러를 비롯한 각종 폭력사태는 지난 4월 정부군이 수니파 시위대를 무력진압한 '하위자 사건'을 계기로 더욱 심해져 2006∼2007년의 내전이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아파와 군경 등을 표적으로 한 알카에다와 수니파 무장단체 등의 테러가 다시 고개를 들어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17일 AFP 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라크 전역에서 각종 폭력 사태로 숨진 사망자는 6천5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테러 희생자 4천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전날에도 종파 갈등에서 비롯된 테러로 추정되는 차량 폭탄 공격과 총격 등으로 최소 70명이 숨져 최근 두 달 새 최악의 참사를 기록했다.

이는 종파 내전이 격렬했던 2006∼2007년의 하루 평균 민간인 사망자 100명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치안과 안보를 담당하는 이라크 군경의 능력이 과거와 같이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군인 28만명을 비롯해 이라크의 치안과 안보를 담당하는 군경 인력은 93만명에 달하지만 정보, 수송 능력 등의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공군과 해군을 합쳐도 1만명이 넘지 않아 이라크군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라크는 F-16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탱크와 대포, 헬리콥터, 경비정 등 모두 100억달러(약 11조 5천억원) 상당의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에 조속한 무기 양도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2014년까지는 양도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접국 시리아에서 지속하는 내전 역시 이라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안보 불안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알말리키 총리는 차량 폭탄 테러 방지를 위한 차량 2부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등 폭력 사태 억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또 원유 증산을 토대로 자금을 확보,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정상국가로 복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지만 불안정한 정치구조와 치안상황이 걸림돌이다.

이라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효율성 등도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다른 나라 기업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미군 철수 이후 외국 공관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실제 한화건설은 작년 5월 공사비 80억 달러 상당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를 따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이라크 수출 모델명 T-50IQ) 24대(11억 달러 상당)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치안 불안과 같은 다양한 부정적 요인에 따른 직·간접적 비용과 사업 진출에 따른 편익은 기업이 우선적으로 잘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여러 위험 요소에도 선점 효과와 한국에 대한 호감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이 현지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4월 30일 총선이 향후 이라크 안정화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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