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야당지도자 클리치코 복싱 챔피언 타이틀 반납

"정치 전념 하겠다" 은퇴 성명…2015년 대선 출마도 선언

권투 세계 챔피언 출신으로 우크라이나의 야권 정치 지도자로 부상한 비탈리 클리치코가 16일(현지시간) 챔피언 타이틀을 반납하고 정치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헤비급(90kg 이상)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해온 클리치코는 이날 은퇴 성명을 통해 타이틀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클리치코는 성명에서 "WBC는 내게 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재로선 그같은 가능성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며 "정치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내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WBC는 클리치코의 챔피언 타이틀 반납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명예 세계 챔피언' 칭호를 수여했다. 그가 링으로 복귀할 경우 챔피언과 가장 먼저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칭호였다.


2010년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의 당수를 맡아 정치에 본격 입문한 클리치코는 지난해 총선에서 UDAR를 집권당인 '지역당'과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에 이어 득표율 3위 자리에 올려놓으며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클리치코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3주 이상 계속되고 있는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핵심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야권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중단한 정부 결정에 항의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클리치코는 앞서 지난 8월 호세 슐레이만 WBC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2015년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올해 42세인 클리치코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복싱기구(WBO),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협회(WBA) 챔피언 타이틀을 석권한 세계 복싱의 '절대 강자'였다.

2m 키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괴력을 바탕으로 45승 2패의 화려한 전적을 쌓았으며 그 가운데 41회를 KO승으로 장식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해 9월 모스크바에서 독일 복서 마누엘 차르를 상대로 4회 TKO 승을 거두며 WBC 9차 방어전에 성공한 바 있다.

WBA, WBO, IBF, IBO(국제복싱기구) 등 4대 기구 헤비급 통합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 우크라이나의 '복싱 영웅'으로 통하는 동생 블라디미르(37)와 함께 형제 복서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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