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교실' 난방비 무서워 담요 두르고 수업

"손이 시려 펜도 못잡아"…높은 전기요금·열악한 시설 '이중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이어진 17일 오전 서울 은평구 충암중학교 교실에서는 패딩 점퍼를 입고도 모자라 담요까지 뒤집어쓴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한파로 공부에 지장을 받을까 봐 교실별 난방을 가동했지만 48년 된 낡은 건물인 탓에 창문 사이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냉기는 여전했다.

그나마 난방조차 되지 않는 복도는 바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쉬는 시간 교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 사이에서는 "너무 춥다"는 말을 계속 터져 나왔다.


최근 한파가 계속되면서 학교측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싶지만 높은 전기요금 때문에 온종일 난방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만 난방기를 작동하고 냉기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싶으면 끄기를 반복하고 있다.

체육관이 없어서 체육 시간에는 학생들이 눈 덮인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더 큰 문제는 난방해도 시설이 워낙 낡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충암중은 2∼3학년이 쓰는 3, 4층은 창호공사를 했지만 1학년이 사용하는 2층과 특별활동 교실 등이 있는 1층은 예산 부족으로 학교를 지을 때 쓴 창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세월이 50년 가까이 흐르다 보니 창문과 창문틀 사이를 메운 실리콘이 들뜨거나 떨어져 난방해도 바깥바람 때문에 공기가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다.

충암중은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1∼2층 창호공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공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 학교 2학년 정수민 양은 "공부하다가 손이 시려서 펜을 못 잡는 경우가 있다"며 "항상 담요와 핫팩을 가지고 다니지만 난방을 마음껏 못해 어떤 때는 입김이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충암중 조성태 교감은 "냉방비보다 난방비가 월평균 10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며 "운영비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난방을 적게 하거나 다른 예산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가 쓴 운영비 2조5천274억원에서 40.0%인 1조111억원이 공공요금이었다. 이중 전기요금은 19.8%인 4천992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4년간 여섯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교육용 인상률은 4.3%로, 농사용(1.29%)이나 주택용(1.63%), 일반용(3.71%) 등보다 높았다. 그러나 학교운영비 산정방식에는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박 의원은 "학생들은 냉골교실, 찜통교실에서 고생하고, 학교는 공공요금 내느라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질 판"이라며 "불합리한 요금체제 때문에 일선 학교의 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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