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이후 김 제1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과 아들 한솔의 행방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되면서 이들이 위협을 느껴 잠적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군은 어둠이 내린 이날 오후 6시께 자신이 사는 프랑스 르아브르시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기숙사에 프랑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를 졸업한 김 군은 지난 8월 파리정치대학에 입학해 학교와 100여m 정도 떨어진 기숙사에서 생활해 왔다.
프랑스 사복 경찰관 2∼3명에 둘러싸인 김 군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 밖에서 김 군을 목격한 기자가 사진기를 꺼내 들자 주변에 있던 다른 프랑스 경찰관이 촬영을 저지했다.
김 군은 이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김 군은 시험 준비 기간인 지난주와 시험 기간인 이번 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최근 김 군이 다니는 기숙사 우편함의 이름표가 사라지면서 신변이 위험해 잠적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이날 오후 김 군의 우편함에는 예전에 붙여져 있었던 '237호 김한솔(Kim Han Sol)'이라는 이름표가 사라져 있었다.
김 군이 과거 김 제1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과 지난 14일자 노동신문에서 "그가 누구이건 수령을 모르고 감히 도전해 나선다면 설사 피를 나눈 혈육이라 해도 서슴없이 징벌의 총구를 내대는 대쪽 같은 사람"이란 표현 등이 나오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김 군은 지난해 10월 핀란드 TV와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이 어떻게 권력 후계자가 됐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아버지(김정남)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며 "이는 할아버지(김정일)와 삼촌(김정은) 간의 문제였고 두 사람 모두 (내가) 만난 적이 없어서 그(김정은)가 어떻게 독재자(dictator)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군의 이름표가 사라진 일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기숙사 관계자를 인용해 김 군이 직접 이름표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 군 학교 관계자와 학생, 기숙사 사생들은 대부분 김 군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김 군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김 군 생활과 관련해 학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대답했다.
프랑스 경찰은 장성택 처형으로 김 군 신변에 위협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인지 김 군을 직접 경호해서 기숙사로 안내했을 뿐 아니라 기숙사 주변도 순찰했다.
이날도 기숙사 주변에서 취재를 벌이던 한국 취재진이 경찰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김 군 아버지인 김정남은 북한의 대외 사업에서 상당 부분 손을 떼야 했지만 장성택의 경제적 지원을 계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일의 이복동생이자 김정은의 삼촌인 김평일 주폴란드 북한대사는 17일(현지시간) 현재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대사는 2년 전 김정일 장례식에 참석하고 나서 일절 외부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폴란드에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일은 1988년부터 외교관으로 유럽 각국을 떠돌아 왔다. 그는 1998년 주폴란드 대사로 부임했으나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거의 모든 외교관이 참석하는 폴란드 제헌절(5월3일)과 건국일(11월11일)에 북한 대사 자격으로 참석하곤 했다"면서 "그러나 김정일 사후에는 이마저도 참석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영선 한국대사도 작년 3월 부임한 이후 김 대사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동유럽에 주재하는 다른 소식통 역시 "김 대사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었으면 외교가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라면서 "별다른 동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