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일간지인 힌두스탄타임스는 23세 여대생이 작년 12월 16일 밤 뉴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남성 6명에게 잇따라 성폭행 당하고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진 사건을 거론하면서 이 사건 당일 다른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16일 전했다.
신문은 '신고되지 않은 또 다른 12월 16일 사건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산하 위원회가 지난 2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17일 오전 1시 15분께 뉴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유부녀 한 명이 괴한 2∼3명에게 구타와 함께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이후 가방을 빼앗기고 버스 밖으로 밀쳐졌다.
보고서는 경찰은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 발생 3시간 뒤에 다른 여성이 버스에서 성폭행 당한 사건을 접수했음에도 해당 버스를 추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12월 16일 뉴델리에선 6세 여아가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피해자측으로부터 두 차례 휴대전화 신고를 받았지만 사건을 접수하지도 않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다른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도 비슷한 시각에서 작년 12월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12월 16일 뉴델리에서 9세 남아가 괴한에게 성폭행 당하고서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됐다. 또 20대 초반의 한 여성도 같은 뉴델리의 슬럼지역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성폭행 당했다. 이 두 사건의 범인 역시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여대생이 버스에서 성폭행당한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끌었지만 같은 날 성폭행 당한 여러 피해자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특히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 이후 성범죄 피해자들의 자각 등으로 최근 1년간 뉴델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신고된 성폭행 건수가 직전 1년 기간에 비해 125% 급증했다고 전했다. 성추행은 무려 417% 늘어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자 보도에서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 후 성범죄를 당해도 침묵하던 인도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사례를 소개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정부산하 기구인 '전국여성위원회'에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신고된 직장 여성의 성범죄 피해건수가 149건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뉴델리의 경우 신고된 건수는 35건으로 여타 지역에 비해 2배 이상이라며 뉴델리 직장 여성이 직장 내 성범죄 피해를 가장 많이 겪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건 후 형법 개정으로 성폭행범 처벌이 한층 강화했음에도 성범죄가 줄지 않는 것은 인도 사회의 여성 경시 풍조, 성비 불균형 등 구조적 문제가 단시일 내 바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