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단초는 지난 12일 밤 이뤄진 최대 이슬람 정당 '자마트 에 이슬라미'(이하 자마트) 사무차장인 압둘 카데르 몰라에 대한 사형집행이었다.
자마트당은 '정치적 살해'라며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이에 당 지지자들이 수도 다카 등 주요 도시에서 들고 일어나 여당 아와미연맹 지지자 및 경찰과 충돌했다. 사형집행 이후 지난 15일까지 나흘간 충돌로 25명이 사망했다.
몰라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저지른 학살 등 '전쟁범죄'로 지난 2월 사형선고를 받은 뒤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립전쟁은 당시 서파키스탄이던 현재의 파키스탄이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정당의 총선 승리를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시작돼 8개월여 만에 끝났다. 전쟁 막판에 인도가 동파키스탄 편을 들며 개입, 승리를 이끌어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최다 300만명이 사망했다.
몰라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전범재판소는 세속주의 및 벵골민족주의 성향인 아와미연맹이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이듬해 설립했다.
총선 공약으로 재판소 설치를 내세운 아와미연맹은 집권 후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등은 처음에는 재판소 설립을 환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재판소는 절차상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몰라 등 5명이 지금까지 전범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들 중 몰라가 처음 사형집행을 당한 것이다.
전범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자마트당과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 소속이 대부분이다.
재판에 따른 폭력사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판소가 자마트당의 또 다른 간부 압둘 칼람 아자드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지난 1월 이후 지지자의 반발로 폭력사태가 한동안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자드는 전범혐의로 처음 사형선고를 받았다.
1월 이후 지금까지 전범재판에 따른 폭력사태로 숨진 이는 250명을 넘어섰다.
특히 몰라에 대한 사형집행은 자마트당과 가까운 제1야당 방글라데시국민당 등 18개 야당이 총선문제로 반발, 많은 이들이 사상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 야당은 총선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중립적 인사로써 과도정부를 구성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가 묵살당했다. 정부는 내년 1월 5일 총선을 실시키로 하고 후보등록 절차를 이행하는 등 밀어붙이고 있다.
아와미연맹 총재를 겸하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몰라의 사형집행에 상당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음에 자신감을 얻은 듯 반격에 나섰다.
하시나 총리는 지난 14일 집회에서 "우리는 많은 인내심을 발휘해왔다"며 "무고한 국민이 살해되는 것을 우리가 방관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자마트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와미연맹은 다음날 회의를 열어 자마트당측 공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하시나 총리가 전범재판이나 총선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의 '중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밀어 붙이는 만큼 폭력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폭력사태 배후에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간 마찰도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