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야권 수십만명 대규모 반정부 집회(종합)

대통령 지지자들도 맞불 집회…EU 대책 회의, 러시아도 참석

유럽연합(EU)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협력 협정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EU와의 협정 체결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EU는 16일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키예프서 대규모 친정부-반정부 집회 = 리아노보스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선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군중집회가 세 번째로 열렸다. 야권은 앞서 지난 1일과 8일에도 대규모 군중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경찰은 야권 집회 참가자 수를 1만 8천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주최 측은 최대 4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존엄의 날'로 이름 붙여진 집회에 참가한 야권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 등을 들고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포기한 정부의 결정을 집중 성토했다.

연단에 오른 야권 지도자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시위 강경 진압 책임자들을 해임하는 등 화해 조치를 취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내각 총사퇴와 조기 총선 및 대선 실시 등 기존 요구 조건들의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야권 시위대는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집회 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인 '관세동맹'에 참여하지 말 것과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포함한 정치범들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주 이상 이어지며 다소 사그라지는 듯했던 야권 시위는 EU가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가열되는 형국이다.

슈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말과 행동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말 동안 키예프를 방문한 존 매케인, 크리스토퍼 머피 등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 역시 시위 열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독립광장에서 야권 지도자들을 면담하고 연설에 나선 매케인은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적 시위는 전 세계에 영감을 주고 있다"며 "자유 세계와 미국이 여러분과 함께 있고 나도 여러분과 함께 있다"며 시위대를 부추겼다.

미 상원의원들은 이날 저녁 야누코비치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 자리서 우크라이나의 유럽 지향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17일 또다시 대규모 군중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야권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옛 소련권 관세동맹 가입 협정이 체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올라온 야누코비치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시내 마린스키 공원에서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중단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약 1만 5천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발표했고 현지 언론은 수만명이라고 전했다.

◇ EU, 우크라 사태 논의 = EU는 16일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 주재 아래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옛 소련권 국가들과의 협력 프로그램인 '동부 파트너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는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이 하루 전 EU와 우크라이나 간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데 뒤이은 것이다. 회의에선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협정 체결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서 퓔레 위원의 발표에도 EU와의 협상을 계속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EU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EU 외무장관들과 실무오찬을 한 뒤 애슈턴 대표와 별도 회담을 열 예정이다. 러-EU 회담에선 상호 비자 면제 협정 등 양자 문제, 시리아, 이란 등 국제현안과 함께 우크라이나 시위 사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이 지난달 30일 야권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저항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뒤이어 우크라이나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을 EU와 미국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고 여기에 러시아가 내정 간섭이라고 맞대응하면서 우크라 사태는 서방과 러시아 간 세력 대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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