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9시 2분쯤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K4615 전동열차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김모(84·여) 씨가 닫히는 문에 몸이 끼였다.
하지만 열차는 그대로 출발해 김 씨는 공사 중이던 승차장 안전문 벽면 등에 머리 등을 부딪혀 크게 다쳤다.
김 씨는 주변 목격자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차량을 조종하던 기관사는 코레일 소속인 오모(41) 씨였지만, 차량 뒤쪽에서 출입문 개폐 여부를 확인하고 기관사에게 출발 신호를 보내는 차장은 외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한국교통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교통대 학생은 238명으로 열차 업무를 맡은 노동시간만큼 수업시간으로 인정받아 실습 학점을 받고 있다.
코레일은 "학생이라도 2달이면 100시간 실습을 마칠 수 있어 자격은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철도노조는 "1학년 학생까지 동원하는 마당에 과연 학생들이 충분한 실습과 경험을 갖췄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철도노조는 "원래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철도 직원이 별도의 시험을 봐서 차장으로 등용됐다"라며 "최근 철도공사가 이를 폐지하고 자격증과 실습시간 100시간만 갖추면 차장으로 일할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코레일이 대체인력 1286여 명을 투입해가며 필수유지율을 훌쩍 넘겨 열차를 운행하면서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철도노조는 "비숙련 대체인력은 수많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필수유지율을 넘겨 운행되는 열차는 제대로 점검받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 12일 밤 12시 50분에는 울산 장생포역에서 강원도 원주 만종역으로 향하던 화물열차가 의성군 비옹역 인근에서 탈선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20분에도 코레일 소속 열차가 출력 부족으로 동대문역에 승객을 하차시킨 후 회송하던 중 청량리~회기역 절연구간에서 정차하는 등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에만 15건의 크고 작은 차량고장·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어린 학생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라며 "코레일이 무리하게 열차운행률을 높이려고 무자격자를 차장으로 기관차에 태운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레일이 차장 업무가 안전과 무관한 기관사 보조업무, 서비스 업무라며 자격도 경험도 없는 철도대 학생들을 차장 업무에 투입해 왔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측은 사고경위에 대해서는 "10mm 이상의 물체가 끼면 문이 바로 열리는데 출입문 기기나 개폐장치에는 이상이 없었다"면서 "다리 혹은 몸통이 끼었다고 하지만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이 낀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승무요원들의 피로가 쌓여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자꾸 나오던 중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인정하고 "철도노조는 하루빨리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