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와 협력협정 협상 잠정 중단 선언

"우크라 정부 말과 행동 괴리 커"…키예프선 친정부-반정부 집회 다시 열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슈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세르게이 아르부조프와 협력 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해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 EU "우크라와 협력협정 체결 협상 잠정 중단" = 퓔레 위원은 "브뤼셀에서 만난 아르부조프 부총리에게 협력 협정 체결 문제 논의는 협정서에 서명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명확한 발표가 나온 뒤에야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전달했다"며 "아직 (이에 대한) 답이 없어 협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퓔레는 "(EU와의) 협력 협정과 관련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정부의 말과 행동 간 괴리가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그들의 주장은 현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 것일 뿐이며 조만간 협정에 서명할 것이란 말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러시아와 옛 소련권 관세동맹 가입 협상을 벌이는 등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퓔레 위원과 아르부조프 부총리는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력 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양측 간 회동이었다.

◇ "우크라 손실 보상 요구 접어야 협상 재개" = 이날 퓔레 위원의 발언과 관련 EU 소식통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EU는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근거없는 요구를 포기할 때만 협정 체결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 등) 제3국과의 통상 관계 훼손으로 인한 손실은 EU와의 자유무역을 통한 전략적 전망과 비교할 때 단기적이고 사소한 요소일 뿐"이라며 "우리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선물을 주는 것이며 (우크라이나의) 보상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하면서 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 등 옛 소련권과의 통상 관계 훼손으로 우크라이나가 입게 될 손실을 EU 측이 충분히 보상해 주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총리 공보실장 비탈리 루키야넨코는 퓔레 위원의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EU의 공식 발표에만 반응할 것"이라며 "아직 EU의 공식 입장은 협력 협정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키야넨코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력 협정 실현을 위한 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 방향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키예프선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다시 집결 = 한편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선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반정부 시위와 친정부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선 EU와의 협력 협정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존엄의 날'로 이름 붙여진 이날 집회에는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광장과 인근 거리를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 출신 도시 깃발 등을 들고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한 정부 결정을 성토했다. 야권 시위대는 벌써 3주 이상 반정부 시위를 계속해오고 있다.

한편 독립광장에서 멀지 않은 마린스키 공원에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 지지자 수만 명이 모여 친정부 집회를 열었다. 대부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동남부 지역에서 올라온 집회 참가자들은 하루 전 시내 유럽광장에서 시위를 벌인 뒤 해산했다가 이날 낮 다시 공원에 집결했다.

이들은 EU와의 협력 협정을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책에 지지를 보내며 야권의 반정부 시위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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