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생이 무심코 던진 이 질문에 국민들이 '응답'을 시작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이제 대학가를 넘어서 전 국민들 사이에 불고 있다. 강추위의 맹공 속에서도 대자보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김 씨는 철도노동자 파업의 이유를 정부의 '민영화 꼼수'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여러분과 이렇게 대화나눌 수 있어서 참 좋다"고 고백했다.
이어 "학생 여러분 고맙다"면서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온다 해도,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만이라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조의 총파업 선언문 중 '탈선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를 잠시 멈추고 선로를 바로 잡으려 합니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멈춥니다'라는 문구를 인용해 글을 마무리했다.
졸업을 앞둔 효성고등학교 3학년 정모군은 이날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에 대자보를 올렸다.
정 군은 대자보를 통해서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래의 유권자로서, 여러분들은 정녕 안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정 군은 지난 10월 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서울시 교육청의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 청소년 시찰 문제를 언급하면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의 권리조차 무관심하게 만들었다"고 일침했다.
또 "두고만 보다가는 내가 대학생이 돼도 사회인이 돼도 당연한 것을 그야말로 당연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졌다"며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충북의 한 여고생도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웹대자보'를 작성했다.
여고생은 자신이 수험생임을 밝히면서 "어제까지 저는 안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학생은 밀양 송전탑 사건, 교학사 교과서 논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열거하고, "수험생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안녕했다. 저는 지금 창피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대학생 언니, 오빠들의 글을 보며 깨달았다"면서 "어느 글에서처럼 '하 수상한 시절'에 제가 좋은 대학을 가 많은 스펙을 쌓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밝혔다.
저 멀리 호주에서 날아온 대자보도 있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성균관대 학생은 13일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에 대자보를 올려 "그래도 호주는 한국보다는 안녕하다"고 안부를 전했다.
이 학생은 호주와 한국의 노동현실을 비교하며 "밀양의 송전탑도, 철도 파업도 잘 모르지만 그곳에서 죽어간 할아버지가 계시고, 가족을 합하면 직위해제로 2만명이 넘는 사람이 슬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왜 모두가 힘들어지는 길을 멈추지 않고 가고 있는 지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나들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짧은 쪽지와 함께 따뜻한 '핫팩'과 음료, 과자 등 먹을거리들을 가득 놓고 갔다.
이들이 남긴 쪽지에는 "미안하고 고맙다. 감기 조심하고, 서울역 잘 다녀오시게들", "비록 참여는 안 하지만 학우분들 위해서 물 몇 병 두고 갑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의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은 14일 오후 4시 40분 현재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을 떠나 시청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시청역에서 '고 유한숙 씨 추모문화제'에 참석 후, 서울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개설된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는 이틀째인 14일 현재 '좋아요' 7만 명을 넘어, 8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