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가 "장성택 처형 놀랄 일이나 큰 변화없다"

"김정은 체제 공고·북중 종속관계 아니라는 점 보여줘"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북한은 중국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을 잃었다."

미국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13일(현지시간) 열린 `한국·미국·중국 관계' 토론회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형 집행에 대해 한결같이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북한 체제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거나 북·중 관계에 이상기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북한 내에서 중국을 잘 안다고 평가되는 장 전 부위원장이 처형됐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당초 이날 토론회 주제는 한·미·중 3국 관계였으나 시작부터 장성택 사형 문제로 시작됐다.

우선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일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힘이 강한지 나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불확실해졌다"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존 델루리 연세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북한이 장성택 전 부위원장의 사형에 대해 왜 상세하게 많은 부분을 공개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자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학 플레처 국제대학원 교수도 "장성택의 죽음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번 일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이 강한지, 북한체제가 공고한지에 대해 의문이 일겠지만 이번 일은 오히려 김 위원장이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처럼 과감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하고, 이런 일을 하는 데 편안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 중국통인 장 전 부위원장의 죽음으로 북·중 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스콧 스나이더 전미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중국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을 잃었다"면서 장 전 부위원장은 북한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중국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스나이더 연구원은 "사형을 집행하면서 중국에 아무런 귀띔을 해주지 않은 것을 보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동맹관계'라기 보다는 `종속적이지 않은 관계'라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한석희 교수도 "북·중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델루리 교수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장성택이 중요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장성택을 아주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던 만큼 이번 일이 북·중 관계의 악화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이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성윤 교수는 "장성택의 죽음이 곧바로 북한 내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50년뒤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금수산기념궁전에 보관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역시 "김 위원장이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은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를 약하게 하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의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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