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모든 실정의 책임을 장성택에게 돌리는 한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민사랑'을 부각해 민심을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장성택 재판의 판결문은 "최고권력을 가로채기 위한 첫 단계로 내각총리자리에 올라앉을 개꿈을 꾸면서 제 놈이 있던 부서가 나라의 중요 경제 부문들을 다 걷어쥐여 내각을 무력화시킴으로서 나라의 경제와 인민생활을 수습할 수 없는 파국에로 몰아가려고 획책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장성택이 "내각중심제·내각책임제 원칙을 위반하면서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며 비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장성택이 장악한 당 행정부가 내각이 관할하는 경제사업에 관여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당 행정부는 주로 검찰을 비롯한 공안당국을 관할하는 조직이다.
2007년 12월 당 행정부장에 오른 장성택은 이듬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2인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당 행정부를 통해 경제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내각을 무력화시켜 북한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장성택은 스스로 내각 총리에 올라 북한 경제를 되살림으로써 인민의 마음을 얻은 다음 '정변'을 일으킬 속셈이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또 장성택이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꾼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의 석탄을 비롯한 광물성 생산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16억5천286만 달러(약 1조7천억 원)로, 전체 수출액의 57.4%에 달했다. 광물 수출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장성택의 측근들이 광물 수출에 관여하면서 무역 중개인들에게 속아 거액의 빚을 졌으며 장성택이 이를 갚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경제특구의 토지 사용권을 헐값에 팔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장성택은 '비밀 돈 창고'를 만들었으며 외국 도박장을 출입하는 등 2009년 한 해에만 460여만 유로(약 70억 원)를 '탕진'했다고 판결문은 지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실패로 돌아간 2009년의 화폐개혁도 장성택의 '배후조종'에 따른 것으로 묘사됐으며 지지부진한 평양시 건설사업의 책임도 장성택에게 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실린 논설에서 장성택 세력을 '당과 인민을 등진 인간쓰레기들'이라고 칭하며 이들이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고 밝혔다.
또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이 땅에 생을 둔 모든 사람들을 한 품에 안고 인민사랑의 새 역사를 수놓아가고 계신다"며 '인민생활 향상의 포성'을 세차게 울려나가자고 강조했다.
경제 실정의 모든 책임을 장성택에게 지우면서 김 제1위원장을 '인민사랑'의 화신으로 내세운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장성택의 처형으로 공포정치 분위기를 조성한 김정은 정권이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워 민심을 수습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