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출입기자 '촬영제한' 불만에 요지부동

만델라 추모행사 동행한 오바마·부시 기내 촬영도 불허

미국 백악관의 잇단 사진촬영 제한에 언론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백악관이 '문제될 게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들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촬영을 제한한 것과 관련해 출입기자들의 날 선 질문세례를 받았다.

지난 10일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만델라 추모행사에 다녀올 당시 백악관 대변인실이 동승한 사진기자들의 내부 촬영을 불허한 점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전까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기내에서 함께하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됐는데 백악관은 출입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대신 전속 사진사가 촬영한 사진을 배포했다.

출입기자들은 백악관의 이런 제한이 언론의 독립적 취재를 막는 사실상의 '보도통제'라고 반발했다.

AP통신의 사진총괄 부사장 산티아고 라이온은 뉴욕타임스(NYT) 11일자 기고문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독립적인 언론의 접근을 훼손시키면서 대신 공식 사진사와 촬영기사들을 통해 원하는 자료만을 배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온 부사장은 "이런 행위를 통해 정부는 체계적으로 언론을 다른 쪽으로 이끌고 있다"며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이렇게 배포된 사진들이 정치적 선전(propaganda)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카니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백악관 대변인실은 인터넷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빼면 이전까지와 똑같이 운영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이전 대통령 때보다 취재를 더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언론의) 접근을 가능한 수준에서 확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져 불만이 쌓여 있던 미국 언론계의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지난 10월 오바마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여성교육 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6)를 만날 때에도 사진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등 여러 차례 촬영을 제한했다.

이에 백악관특파원협회(WHCA) 등 언론단체와 NYT, 워싱턴포스트, NBC, CNN 등 주요 언론사들은 지난달 공동으로 카니 대변인에게 서한을 보내 기자들의 취재 권리가 일상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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