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3일 "장성택이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숙청 수준이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고모부이고 김정은 체제를 만든 고명대신을 사형시킬 줄은 몰랐다"며 "정권 입장에서 사형이 불가피한 죄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상당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김정은의 인척이라는 것, 김경희 당 비서와의 관계 등을 점 등을 들어 사형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하지만 북한은 체포장면을 보도하고 불과 며칠만에 사형까지 집행했다. 재판장면을 보도한 것도 1970년 이후 처음이다.
고위 탈북자 출신인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장성택은 북한 체제 변화를 꾀했으며 , 김정남을 내세우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횡령 등 이권을 챙기는 것이 발각되거나 권력투쟁의 결과로는 사형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설명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사형 근거대로 '국가전복 음모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숙청사에서 이례적으로 인척을 사형시켰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부친 김일성 주석의 동생인 김영주와 후계경쟁을 벌였을 때도 삼촌을 유배시켰지 죽이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은 한계를 두지 않았다.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김정은이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더 엄혹한 성정을 가진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제는 노련한 조타수가 필요 없다는 의미를 넘어서, 가족이라도 정권에 도전할 경우 가차 없이 응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자체의 성정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과격한 조치에도 스스럼 없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