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북미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칼린 전 국장은 이날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에서 열린 저서 발간 기념 세미나에서 "오랜 기간 북한 문제를 다뤘지만 내가 아는 한 처형이 북한에서 머리기사로 이렇게 공개된 것은 지금까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수없이 처형이 이뤄지기 때문에 처형 자체에 놀랄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이번에 놀라야 할 것은 처형이 다뤄지는 방식"이라며 "이게 어떻게 해석되고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부친 김일성 주석의 동생인 김영주와 후계경쟁을 벌인 끝에 삼촌을 유배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피를 부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칼린 전 국장은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런 놀라운 처형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매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경제개혁 정책에서 물러나 시장경제에 대해 탄압을 가할지 아니면 한편으로는 철권을 휘두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의 의지를 계속 보일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김정은이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고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그는 "김정은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권력승계의 준비기간이 길었고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이미 준비가 잘 돼 있었다"면서 "장성택의 사례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칼린 전 국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돈 오버도퍼 한미연구소 명예소장의 저서 '두개의 한국'(The Two Koreas)의 내용을 첨삭·보완한 증보판을 소개했다.
이 증보판은 한국전 참전용사이자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의 오버도퍼 명예소장이 지난 1997년 첫발간한 뒤 2001년 개정판을 냈던 같은 제목의 책을 일부 수정하고 2001년 이후 한반도 주변 상황을 추가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버도퍼가 개정판을 낸 이후 12년이 지났고 분단된 한반도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면서 "어떤 측면에서 한반도 상황은 지난 30년의 어떤 시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의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칼린 전 국장은 1974년부터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등에서 북한 업무를 담당했으며 무려 25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