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한국인 여성으로는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강경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는 12일(현지시간) 낮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초청 대담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조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차장보의 업무를 감안해 사회자가 `필리핀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물품을 지원해야 하느냐'고 묻자 유엔 등을 통한 국제원조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물품이 아니라 `돈'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돈이 더 중요한 이유'에 대해 "원조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물품과 직접 재난을 겪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품을 직접 지원하면 현지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점도 작용한 듯했다.
그러면서 강 차장보는 공교롭게도 또 `돈 얘기'를 꺼냈다.
강 차장보는 여성으로서 유엔 고위직에 일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돈이 있다면 무조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여자아이들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안에 돈이 없으면 여자아이들부터 학교에서 빼지 않느냐"며 정색하고 반문했다.
아울러 여성으로서 유엔에서 일하며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강 차장보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 고위직에 여성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어 좋다"면서도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여자여서, 아시아인이어서, 한국인이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적잖게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어렸을 때 한국에서 자라면서 (많이 도와준) 유엔에 고마움을 느껴왔던 만큼 지금 유엔에서 일하는게 즐겁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 재직 당시 가장 기뻤던 일로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봤을 때"라고 전했다.
이어 "남수단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슬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