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위 탄압 우크라이나 제재 검토

우크라 대통령 대화 제안…야권은 투쟁 지속 다짐

미국이 유럽연합(EU)과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탄압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 제재를 검토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선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제재 등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에 폭압적 정권을 상대로 해당국 자산 동결이나 고위 공직자 여행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백악관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끔찍한 충격을 받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적 시위에 대응한 방식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화해의 기회로 향한 길을 선택해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평화적 시위를 민주적 권리로 존중하지 않고 특수부대와 불도저, 곤봉으로 대응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조치에 미 정부는 혐오감을 표시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유럽차관보는 이날 오전 당국의 진압 작전이 벌어진 독립광장을 찾아 시위대와 면담했다.


뉼런드 차관보는 "지난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았다. 민주적 유럽 국가에서는 절대로 용인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을 차례로 면담한 뒤 독립광장을 찾았다.

애슈턴 대표는 "폭력 사용을 용납할 수 없고 진심으로 비난한다"며 "이 나라 국민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칼 빌트 스웨덴 외무 장관은 트위터에 "오늘밤 키예프의 거리는 '유라시아 대 유럽'이고 '억압 대 개혁'이며 '권력 대 국민'이었다"고 썼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과 EU의 이런 반응은 이날 오전 1시께부터 특부수대와 진압경찰 등이 시위대가 진을 친 독립광장 주변에서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을 강행해 부상자가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온이 영하 13℃로 내려간 가운데 검은 헬멧을 쓴 진압 부대가 진입해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기 시작하자 시위대는 물을 뿌리고 화염병을 투척하면서 맞섰고 결국 이날 오후 진압 병력은 독립광장 주변에서 물러났다.

시위대 일부는 2004년 '오렌지 혁명'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헬멧을 썼으며, 휴대전화 화면에 촛불 영상을 띄운 뒤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진압 부대가 모두 퇴각하자 주변의 눈을 모아 쌓는 등 철거된 바리케이드를 재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평화시위에 무력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정계와 종교계, 사회인사 등이 모여 거국적인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야권 인사들은 정부가 앞서도 그렇게 말해놓고 강경 진압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내각 총사퇴와 체포된 야권인사 석방,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등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부당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협상 테이블 대신 우리가 마주한 것은 경찰봉을 동원한 해산이었다. 당국이 (사태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달 21일 정부가 EU와의 협력협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이에 항의하는 야권 시위가 3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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