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야 협상 대표가 마련한 2014 및 2015회계연도 예산안 합의안에 대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지도부가 지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이르면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처리되고 내주 초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 공화당은 11일 오전 의원 총회를 열어 협상 타결을 끌어낸 폴 라이언(위스콘신) 예산위원장으로부터 합의안 세부 내용의 설명을 들었다.
당내 티파티 세력의 지원을 받는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은 불만을 표출했지만, 대체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고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피터 로스캠(일리노이) 원내총무와 톰 콜(오클라호마) 하원의원 등은 회의가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안이 하원 공화당 다수의 찬성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도 지난 10월 셧다운을 초래한 예산 전쟁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보수 단체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그들(티파티 세력)은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화당 의원들과 미국민을 이용하려 한다. 한마디로 우스운 일"이라며 "재정 적자를 더 줄이려면 이번 합의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라이언 위원장과 민주당 패티 머레이(워싱턴) 상원 예산위원장은 전날 저녁 2014 및 2015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지출 규모 등을 정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 예산안은 향후 2년간 연방정부 지출 규모를 연간 1조달러 이하로 제한하면서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규모를 630억달러 줄이되 다른 부문의 예산을 850억달러 깎아 재정 적자를 230억달러 추가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합의안은 양당 의원들의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화당의 요구에 따라 세금을 더 징수하지 않고 민주당의 바람대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손대지 않은 게 특징이다.
아울러 이 예산안이 통과되면 2015회계연도가 끝나는 2015년 9월 30일까지는 셧다운이 재발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부터 겨울 휴회에 들어가는 하원은 이날 오후 2시 법안을 심사하기 위한 규칙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한 데 이어 이르면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상원도 하원 표결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내주 초 예산안을 투표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과 상원이 예산안을 잇따라 통과시키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미국 정치권은 지난 몇 년간 지속했던 연말연시 예산 전쟁에서 벗어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합의안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도 의회에 예산안의 즉각 처리를 당부했다.
미국 정치권은 2014회계연도 개시 직전까지 예산안 협상에 실패하면서 열엿새간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는 사태를 겪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내년 1월 15일까지 한시 적용되는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