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했던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박 대통령에게 경고한 민주당 양승조 의원.
당사자들은 양심과 충정에서 나온 말이라 하는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막말이라고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 의원의 표현이 지나친 측면도 있지만 문맥상의 취지는 빼고 여당이 말꼬투리를 잡는 과잉 대응을 보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정치권의 설화사건에 대해 우선 야당이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대 최낙진 교수는 “양승조 의원의 경우 여당의 과잉대응도 문제지만 양 의원의 선동성 정치언어도 문제였다. 정치언어는 ▶한마디의 구호로 상황을 정리하는 선동, ▶인과관계를 설명해주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선전이 있는데 이번 야당 의원의 발언은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선동에 가까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권에 토론문화가 없는 문제도 이유로 꼽았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이다. 그러나 여야 의원간 토론문화는 실종된 지 오래됐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인 말 한마디의 펀치로 상황을 제압하려 하고 다시 그 것을 꼬투리 잡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여당의 과잉 대응에 대해서는 국정 난맥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갑수 대표는 “이런 설화 사건을 이슈화하는 쪽은 대개 여당이다. 국정 난맥, 국정 표류를 덮을 더 이상의 카드가 없을 때 말꼬투리를 잡고 문제 삼으려 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들으려하지 않고, 따옴표 안의 몇몇 표현에 집착해 정국을 돌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무관심을 조장하기 위한 고도의 술수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리스크(위험) 요인이 있을 때 가장 탈출하는 쉬운 방법으로 정치혐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정치 무관심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정치 무관심이야말로 정치 현안을 피해가기 위한 가장 좋은 구도다. 실언(slip of the tongue)을 부각시키면 본말이 전도되고 그러면 정치논란만 남고 그 것이 다시 정치혐오와 정치무관심을 초래한다. 여권은 그런데 이 같은 매커니즘을 현실정치에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해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언론 환경에 책임을 지우는 분석도 있다.
언론이 설화 사건의 목적을 간파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말의 본질을 분석 및 해석하지 않고 단순 전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자체가 이미 정치 이데올로기화 된 때문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국내 언론은 보수 정치권력에 장악되면서 우리사회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한 축이 돼 버렸다. 따라서 보수 여권이 언론을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하게 드라이브 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공안통치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