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들은 즉각 우크라이나 당국의 강경 조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키예프 독립광장의 평화적 시위에 대해 민주적 권리를 존중하기는 커녕 특수부대와 불도저, 곤봉 등으로 대응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한다"며 "용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도 우크라이나 당국이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리나스 린캬비츄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독립광장 사건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유럽화와 반대되는 길을 걷고 있으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공개적 발언과는 전혀 상반되는 선택을 했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해 전날 키예프에 도착해 야누코비치 대통령 및 야권 지도자들과 면담한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경찰이 무력을 사용해 독립광장에서 시위대를 몰아내는 광경을 슬픈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스웨덴 외무장관 카를 빌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큰 우려를 갖고 독립광장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탄압의 길로 가서는 안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11일 새벽부터 수천명의 특수부대원과 내무군을 동원해 야권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던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작전을 벌였다.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은 먼저 독립광장 서쪽의 미하일롭스카야 거리와 광장 중심의 크레샤틱 거리에서 시작돼 이후 반대편의 인스티투트스카야 거리로 이어졌다.
진압 부대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위대를 밀쳐냈고 철거 반원들이 각종 기물과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를 해체해 차량으로 싣고 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진압 부대에 최루탄과 연막탄을 쏘며 거세게 저항하자 경찰이 곤봉으로 맞서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쪽의 정확한 부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경찰은 내무군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독립광장 주변 도로를 정리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시위 강제 해산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야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원내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은 독립광장 연설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와 미국, 4천6백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며 "우리는 이를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독립광장 시위대 해산 시도로 협상을 위한 모든 길을 막아버렸다"며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현재 독립광장으론 야권 지도자들의 호소에 호응한 지지자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야권은 이날 오전 현재 독립광장에 모인 인원이 2만5천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하루 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체포된 야권 시위 참가자 가운데 일부를 석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성됐던 협상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야권은 초대 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축이 제안한 범국민 '원탁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