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48년(트루먼 2기)부터 2012년(오바마 1기)까지 64년 동안 7번의 민주당 대통령과 9번의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했다. 민주당 대통령 시기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5%, 공화당 대통령 시기에는 평균 2.54%였다. 이는 민주당 소속의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투자증가율ㆍ산업생산증가율ㆍ고용증가율ㆍ총요소생산성ㆍ정부재정지수ㆍ물가안정 등 모든 부문이 우월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 차이가 오일쇼크, 전쟁, 생산성 서프라이즈 등 우연적 요소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선택한 '예일 패러다임'의 정책처방이 차이를 불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예일 패러다임은 차기 연준(Fed) 의장 재닛 옐런과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틀을 마련한 하마다 고이치 교수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의 제자라는 점에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예일 패러다임의 중심은 과감한 금융완화정책이다. 재정긴축의 충격을 줄이고, 투자 확대를 통한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 정책은 저금리를 통해 기업이익(기업저축)을 늘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예일 패러다임이 지배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기업의 이윤마진(profit margin after tax)이 매우 높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예일 패러다임 시기에는 재정긴축의 영향으로 정부와 기업의 저축이 증가한다. 가계저축도 증가해 총저축률이 상승한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총저축률을 낮추고 소비를 확대하는 소비주도 사회로 바뀌어 왔지만 성장 위기가 있을 때마다 예일 패러다임을 채택해 재차 저축을 늘리고 투자 주도의 성장을 달성했다.
기업의 높은 저축과 이윤이 각종 투자촉진정책과 결합하면 시설투자의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미국처럼 말이다. 미국은 현재 시설설비투자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제조업 부활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조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다. 대통령 지속기관이 담당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예일의 콘셉트 '금융완화정책'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면 GDP 성장률이 다시 3%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재차 5%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예일 패러다임의 금융완화정책이 제조업 부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예일 패러다임은 과감한 금융완화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완전고용과 장기성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다. 미국은 예일 패러다임을 정책으로 사용한 시기 10년에 걸친 장기 호황을 경험했다. 1960년대에는 카터-존슨 대통령이 토빈의 정책 처방을 기초로 삼았고, 1990년대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스티글리츠와 옐런의 정책 처방을 기초로 각각 106개월과 120개월에 달하는 경기확장을 경험했다.
예일 패러다임은 단기 문제에 대해서는 케인지언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전통적 케인지언과 달리 재정긴축을 강조한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재정정책 효과는 환율절상으로 외부 국가로 누출돼 효과가 약화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예일 패러다임 시기인 1960년대 균형재정을 달성했고 1990년대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달성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재정절벽에 따른 증세와 지출축소, 그리고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로 재정적자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13년 3.9%, 2014년 3.3%, 2015년 2.1%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일 패러다임 시기엔 장기적인 금융완화 정책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띤다. 첫째 이유는 재정수지 개선과 민간투자 확대로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면서 주식 등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다. 둘째는 명목GDP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명목금리가 상승해 다른 나라와의 금리격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강세는 국제유가와 수입물가 하락을 유도해 금융완화정책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달러강세는 달러강세를 부른다.
예일 패러다임 처방을 하고 있는 미국의 GDP 성장률은 내년부터 다시 3%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3년 동안 2%의 성장을 했지만 정부긴축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성장률을 1.5~2.0% 끌어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내년부턴 부정적 효과가 사라지고 3.4%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예일 패러다임을 채택한 미국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투자확대와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대부분의 신흥국에 위협요인이다. 신흥국이 가져갈 수 있었던 제조업 부문을 선진국이 회수해 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강세로 신흥국에서 외국인의 투자자금의 이탈을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현상 뚜렷해져
둘째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달리 제조업 부문만은 선진국 수준이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UN(국제연합) 기준 일본ㆍ독일ㆍ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수출 품목도 고부가가치화 되어 있어 미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투자확대를 꾀할 때 필요한 자본재와 소재 등 중간재와 선진국 소비회복에 맞춰 첨단 소비재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예일 패러다임 채택은 단순한 경기회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성장국면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에 위협 요인이면서 기회요인이다.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잘 대응해 성장과실을 공유해야 할 때다.
일본판 예일 패러다임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는 일본판 예일 패러다임 처방이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 재정정책, 민간투자 활성화 등 3개 화살로 구성된 성장전략을 사용했다. 하마다 교수는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선 100점 만점을 줬지만 성장전략 관련해선 60점만 주었다. 심지어 재정확대는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았다. 재정확대는 소비세 인상 등에 따른 재정긴축의 충격을 막고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임시 조치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추가 금융완화와 각종 개혁으로 소비세 인상 충격을 극복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신뢰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엔화약세와 법인세 인하로 인해 증가된 기업이윤은 시설설비 투자로 연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