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올 4월 현재 1%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룹에서 사실상 100%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총수 개인의 지분율은 평균 0.99%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율은 0.69%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가족들의 지분을 합쳐도 1.27%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SK(0.69%)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0.04%의 지분율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2.04%), 구본무 LG그룹 회장(1.3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2.41%) 등 다른 총수들의 지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지수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재벌 총수가 주식을 소유한 것에 비해 과도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괴리가 클수록 회사의 이익보다는 총수(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대로 다른 주주의 의결권(소액주주 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주주의 재산권만을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주주인 총수가 가지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별 지장이 없다. 추후에 돈을 갚고 주식을 돌려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이유로 주식담보대출은 총수의 개인적인 자금 조달 차원으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총 180억원가량을 마련했다. 11월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현아ㆍ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상무는 9월 16일과 10월 17일 우리은행과 대한항공 주식(60만2641주)을 담보로 대출계약을 맺었다. 조 회장의 3남매는 현재 대한항공 지분을 각각 1.08%(63만5797)씩 보유하고 있다.
8월 22일에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가 담보로 제공한 오리온 주식은 총 9만주다. 대출 자금은 약 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조금은 다르다. 이 회장은 11월 29일 서울중부세무서에 CJ주식을 공탁했다. 국세청의 세금 추징과 관련, CJ 주식 205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추후 이 회장이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해 공탁한 주식을 돌려받을지, 아니면 주식을 그대로 낼지는 알려지지 않았다.